178㎝, 73㎏. 축구선수 치고는 왜소한 체격의 수줍음 많은 소년은 볼을 차는 그 때부터 지금 이 순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최악의 약점인 평발에다 남들보다 뛰어난 체격도 갖추지 못했고, 속칭 축구 명문학교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지도 못했다.
그래도 그는 지금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10여 년을 맹활약했다. 한번도 밟아보기 힘들다는 '꿈의 무대'인 월드컵 3회 출전도 모자라 한국인 본선 최다 골(3골)을 기록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궜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역사적인 현장에도 함께 했다.
특히 최근 은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아직은 더 나라를 위해 뛰어야 한다"는 축구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이 잇따를 만큼 그는 '붉은 악마'가 가장 많은 응원을 보내는 '넘버 원' 스타 플레이어다. 2005~0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밟은 최초의 한국인인 그는 올 시즌 한 시즌 개인 최다골(6골) 기록을 갈아치우며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고 있다.
'캡틴' 박지성(3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야기다. 박지성이 25일 밤(한국시간) 열린 아시안컵 일본과의 준결승전에 출격하면서 '센추리 클럽'(국제축구연맹 공인 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했다.
2000년 4월 5일 라오스와의 아시안컵 1차 예선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지 11년 만이다. 아시안컵 무대를 통해 A매치에서 데뷔했고, 공교롭게도 그 무대에서 1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박지성에 앞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 이는 차범근(121경기), 홍명보(135경기), 황선홍(103경기), 유상철(122경기), 김태영(105경기), 이운재(132경기), 이영표(126경기) 7명뿐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뛰어난 경기력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대기록이다.
관심은 박지성의 A매치 출전 행진이 어느 지점에서 멈출지에 쏠린다. 박지성은 지난달 부친 박성종씨의 입을 빌어 카타르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럴 경우 박지성의 A매치 출전은 101경기에서 멈추게 된다. 그러나 박지성이 태극 마크 반납 의사를 철회할 경우 기록 행진은 이어진다. 조광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박지성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대표팀에 남아주기를 원하고 있다.
■ 박지성 A매치 100경기 출장 발자취
●2000년 4월5일 A매치 첫 출전 (아시안컵 1차 예전 라오스전)
●2000년 6월7일 A매치 데뷔골 (마케도니아 친선경기)
●2002년 6월14일 16강 진출 결정 결승골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
●2006년 6월 18일 세계 최강 프랑스 상대 골 (독일월드컵 프랑스전)
●2010년 5월24일 일본, 월드컵 출정식 선제골 (남아공월드컵 직전 한일전 선제골)
●2010년 6월 12일 1차전 그리스 상대 선제골 (단독 드리블 뒤 골, 풍차 세리머니)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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