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어제 '대한민국, 복지의 길을 묻다'라는 기획을 시작했다. 지난해 무상급식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한 복지논쟁은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의 이분법적 정치구호에 매몰돼 목적과 방법에 대한 기본적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국일보가 이 기획에서 정치권을 제외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결과 보편ㆍ선택의 논쟁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데도 지나친 대립구도로 고착돼 있고, 부담과 재원 조달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없다는 점에 인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은 공평하므로 좋은 것이고, 필요한 대상에게 집중적으로 혜택을 주는 것은 효율적이어서 낫다는 주장만으로 상대를 설득하지 못한다. 한 쪽은 효율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다른 한 쪽은 공평성을 무시하고 있다. 이런 주장들이 정치적 구호나 공세의 수단으로 이용되니 보편이냐 선택이냐의 깃발 아래 편가르기만 하는 양상이 됐다. 보편과 선택의 차이점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복지의 원칙은 '저부담-저혜택, 고부담-고혜택'이다. 누구나 적게 내고 많이 받기를 바라겠지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고부담-저혜택'은 봉건시대나 독재국가에서 존재하기도 하지만, '저부담-고혜택'은 국가 파산을 전제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다. 결국 우리 사회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부터 확인해야 한다. '저혜택'이라면 어떻게 효율적으로 복지를 분배할지가 중요한 논점이 돼야 하며, '고부담'이라면 국가재정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민주화항쟁과 함께 확산된 우리의 복지 욕구는 건강ㆍ고용ㆍ산재보험과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험 정비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으로 일정 수준 자리를 잡았다. 이후 현 정부가 경제성장을 통한 복지 증대를 기조로 삼은 결과 부(富)는 늘었으나 심각한 빈부격차로 복지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했고, 새로운 방향 모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논의를 위한 준비를 거쳐 바르고 큰 '복지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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