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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트랜스젠더의 삶 그린 연극 '나비 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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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트랜스젠더의 삶 그린 연극 '나비 빤스'

입력
2011.01.2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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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에서 성전환자들은 더 이상 ‘사건’이 아니다. 그렇다고 ‘일상’도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예외적 존재다. 극단 소울메이트의 ‘나비 빤스’는 그 트랜스벤더들을 전면에 내세워 한국 사회의 자화상을 그려 보인다.

“이 연극의 기본 노선은 멜로예요. 단, TV 멜로가 아닌 연극만의 멜로를 보여주겠어요. 다른 사랑 이야기 말이죠.” 작ㆍ연출자 최무성씨가 내리는 정의다. 그는 멜로의 통속성이 이 극에서 재발견되고 있음을 말한다. ‘통속적 흥미와 선정성을 가진 대중극’이라는 멜로의 정의에 비춰 본다면 트랜스젠더라는 예외적 개인들을 내세워 멜로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하는 그의 새 무대는 우리 사회의 정서적 하부 구조와 직결돼 있다.

게이바에 나와 쇼를 펼치며 완벽한 성전환의 꿈을 꾸는 4명의 게이를 따라가는 연극이다. 동성애의 본고장, 샌프란시스코를 이름으로 딴 바에서 핫팬티 차림으로 호들갑스런 치장을 하고 있는 그들의 꿈은 완벽한 성전환 수술이다. 성전환 약물 과다로 무대에서 쓰러지는 장면은 이들의 꿈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보여준다.

무대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은 배우들의 몸 속에 아예 체화된 것 같은 저급한 언어와 동작이다. 트랜스젠더의 일상적 삶의 풍경 속에서 자연스레 유출되는 무대가 현재 한국에서 소통되는 하위 문화의 전시장 같기도 한 까닭이다. 그토록 바라던 성전환 수술 전날 술을 마시며 잘될까 고민하는 모습, 세밀하게 재현한 소소한 충돌 등은 더러 쇄말주의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 무대는 한국 사회가 가진 남성성과 가부장의 문제를 돌이켜 봐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최씨는 모 여성지에 실린, 성전환 수술로 여성이 된 작가의 소설에 착안, 블로그에 들어가 보충 취재하는 등의 방식으로 무대를 엮어냈다. 마초남(사장)과 트랜스젠더의 사랑을 통해 현재 한국의 풍속도를 그리려 했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그는 현장을 택했다. 이태원의 젠더바에서 금요일마다 열리는 ‘드래그(Drag) 쇼’는 주된 취재원이었다. 립 싱크, 개그 등으로 여흥을 제공하는 그들을 찾아가 실제 생활, 생각 등에 대해 진지하게 들었다 한다. 결과, 작가는 그들에게 구원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을 안겨 주는 길을 택했다.

서울과 지방을 전전하며 살아가 보려던 이들이 결코 헤쳐날 수 없었던 것은 자신들을 둘러싼 세상의 고정관념이다. 시장에서 그들은 결국 성적 대상일 뿐인 것이다. 거듭나고 싶은 자신의 욕망에 대해, 남근 중심의 세상은 결코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 “한국 남성의 찌질함, 편견, 보수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남성 중심 사회의 허위를 고발하고 싶다는 최씨의 희망을 담은 이 연극은 4월 3일까지 아트시어터 문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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