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당선자가 25일 당선 직후 한나라당과 정책연대 파기와 노조법의 전면개정 추진을 선언함에 따라 정부와 노동계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온건ㆍ타협적 성향의 현 한국노총 집행부와 달리 강경투쟁을 주장하는 인물이다. 금융노련 위원장 시절인 2000년 금융산업 구조조정 때 총파업을 주도하다가 두 차례나 구속되기도 했고 2004~2008년 한국노총 위원장 시절에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며 타임오프제를 3년간 유예시킨 바 있다.
이용득 체제의 부활은, 정책연대를 위한 합의 당시 한나라당에서 수용하기로 했던 사항들이 수용되지 않고 노조법 개정 등에서 한나라당에 이용만 당했다는 한국노총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위원장이 3년여의 공백 때문에 현재 한국노총 지도부 출신인 다른 두 후보보다 고전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 낙승한 것은 이런 기류 변화를 말해준다. 그는 “정부와 협상할 때는 협상하겠지만 투쟁할 때는 투쟁하겠다. 투쟁의 역사가 노조의 역사이며 투쟁을 포기하는 노조는 노조가 아니다”라고 밝혀 온건ㆍ타협적이었던 한국노총의 노선이 강경성향으로 바뀔 것임을 예고했다.
2004년 민주노총과의 통합을 추진한 바 있는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과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곧 민주노총을 찾아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며 “공조할 것은 공조하고 차별화할 것은 차별화하겠지만 노동계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기 때문에 서로 연대할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대립했던 양대 노총이 손을 잡게 되면 순탄했던 노정관계의 일대 변화도 예상된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새 위원장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노조법 전면 재개정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득 체제의 부활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연대파기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이 위원장은 과거 한국노총 위원장 시절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추진한 바 있으며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전력도 있다.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올해 7월부터 허용되는 복수노조와 내년에 치러질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일선 조합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민주노총과의 선명성 경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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