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 성적이 저조한 중고교생들에게 대학생들처럼 F학점을 주어 재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교과목별 재이수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25일 한국교육개발원 등 중고교 학업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진에 따르면 최근 ‘교과목별 재이수제’의 도입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학부모, 교사 등 3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교육개발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중고교의 평가제도 개선과 관련한 정책 연구를 벌이고 있으며 설문조사는 연구 작업의 하나로 실시돼 현재 결과를 취합 중이다. 교육 당국은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해 제도 도입 여부를 신중히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교과목별 재이수제’는 과목별로 최소한의 학업성취 수준을 설정하고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은 ‘재이수(F)’로 표기한 뒤 계절학기 등을 통해 해당 교과목을 재수강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학교생활기록부에는 F의 평가 결과를 기재하지 않고, 재수강, 특별과제 등을 통한 재평가를 거쳐 ‘A~D’까지 성취도 평가를 다시 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연구진은 현행 9등급 상대평가 방식의 고교 내신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그 동안 각 과목의 석차와 등급을 표기했던 것을 원점수, 과목평균(표준편차), 성취도(A~F), 수강 학생 수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차와 재적학생 수를 표기하던 중학생의 평가 방식에도 성취도(A~F)를 추가하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진의 한 관계자는 “그 동안 중고교 학업평가 제도의 개선을 검토하면서 상위권 학생에 대한 사항은 고려됐지만 하위권 학생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다만 교과목별 재이수제는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징벌적 제도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현행 상대평가인 학업평가 방식을 5단계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이 전제돼야 하고, 평가 방식도 기존의 ‘수우미양가’에서 ‘ABCD(F)’로 바꿔야 해 실제 도입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이 평가안은 논의되고 있는 여러 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설문조사 결과는 물론이고, 현장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참여하는 간담회와 토론회 등을 거친 뒤 제도의 도입 여부가 정책연구 시안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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