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ㆍ강원도교육청이 2012학년도부터 경기 광명, 안산, 의정부시와 강원 춘천, 원주, 강릉시에 고교 평준화 제도를 실시하려던 계획이 교육과학기술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교육자치에 대한 폭거”라며 반발했고, 강원도교육청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경기ㆍ강원도교육청이 고교 평준화를 시행하기 위해 교과부령 개정을 요청한 데 대해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돼 요청서를 반려했다”고 25일 밝혔다. 고교 평준화 시행 지역을 결정하는 권한은 교과부 장관에게 있으며 특정 지역에 고교 평준화 제도가 시행되려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교과부령으로 관련 규칙을 바꿔야 한다.
교과부는 학군 설정, 학생 배정방법, 비선호학교 대책, 학력격차 해소방안 등 평준화를 시행하기 위한 준비가 미흡해 경기ㆍ강원도교육청의 요청서를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2학년도에 학생들을 추첨 배정하려면 3월말까지 입학전형의 절차 및 방법 등 입시의 기본사항을 발표해야 하지만 핵심인 학군 설정과 배정방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과부의 구자문 학교제도기획과장은 “학생 배정과 학군 설정을 위해서는 수 차례 모의 배정(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2002년에도 수원, 성남 등에서 준비 없이 추첨 배정을 했다 오류가 생겨 교육감이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안산, 광명, 의정부 지역은 1년6개월 동안 타당성 연구, 공청회 등을 통해 치밀하게 준비했다”며 “학군 확정과 학생 배정방법 역시 모두 검토한 내용들로 그에 대한 대책까지 수립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강원도교육청은 교과부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고교 입학 전형에 필요한 사항은 교육감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77조1항을 근거로 도교육청이 평준화를 자체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편, 교과부는 평준화 실시와 관련해 시도의회가 이를 심의해 조례로 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종전에는 교육감의 요청에 따라 교과부가 규칙을 개정해 평준화 여부를 결정했지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앞으로는 시도의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야 평준화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교육계 인사는 “평준화 실시에 앞서 지역여론을 수렴하고 교과부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금 당장은 진보교육감의 정책에 딴죽을 거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수원=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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