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2월 취임 이후 기본적으로 남북 대화의 문을 열어두었다. 지난해 천안함 사태와 서해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잇단 도발로 대북 강경 기조는 높아졌지만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를 촉구하면서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기본 원칙은 지난 3일 신년 특별연설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이 대통령은 이날"평화의 길은 아직 막히지 않았고 대화의 문도 아직 닫히지 않았다"며 "북한이 진정성을 보인다면 국세사회와 함께 경제협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의지와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과 군사적 모험주의를 포기해야 하며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평화와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거듭 촉구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29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북한 스스로의 변화 기대를 포기하는 듯한 대국민담화 내용과는 상당한 온도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에는 "더 이상의 인내와 관용은 더 큰 도발만을 키운다는 것을 우리 국민은 분명히 알게 됐다"면서 "앞으로 북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경 기조를 보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4일 천안함 사태 관련 대국민담화에서도 "앞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지난달 29일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바뀌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국방력을 강화하고 강한 안보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북이 대화를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는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됐다.
사실 남북관계와 통일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독자적 패러다임은 지난해 8ㆍ15 광복절 경축사를 계기로 서서히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평화∙경제∙민족 공동체의 3단계 통일 방안을 제시하면서 통일비용 마련을 위한 '통일세' 신설 논의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통일은 반드시 온다"며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고 제안했다. 그 동안 담론 수준에 머물렀던 통일을 국민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통일 재원을 미리 준비함으로써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7월 금강산 남측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같은 해 12월 민주평통 운영상임위원단 간담회에 "대화를 시작하면 북한도 우리의 진정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2월25일 취임사에서도 "남북 정상이 언제든지 만나서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남북대화 의지를 천명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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