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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복지의 길을 묻다] "성장만으론 불평등 해소 못해" 진보·보수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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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복지의 길을 묻다] "성장만으론 불평등 해소 못해" 진보·보수 한목소리

입력
2011.01.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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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선별적 논쟁을 넘어1. 한국일보·보건사회硏 전문가 61명 설문성장·분배논쟁- "양극화 해소부터" 우위쏟아지는 공약- 일관성·실효성 모두 의문재원은 어떻게- 공정한 과세로 기반 확대북유럽이 맞나- 보편+선별 한국형 찾아야

복지논쟁에 관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편가르기식 복지 논쟁을 접고 건설적 대안을 찾기 위한 논의를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입장을 쟁점별로 살펴봤다.

경제성장이 만능 아니다

통상적으로 경제성장을 통해 얻은 과실을 사회구성원에게 골고루 나눠 줌으로써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성장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소득 불균형은 심화하고 850만명이 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줄지 않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경제학 전공자가 절반(51.2%)이 넘었음에도 성장만능주의를 경고했다. '성장이 곧 불평등을 해소하느냐' 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보수(-1.0) 중도(-2.8) 진보(-4.4) 등 이념 성향에 따라 강도는 다르지만, 평균 -2.8(-5:전혀 아니다, 5:매우 그렇다)로 답해 성장이 불평등 해소의 도구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분배보다 성장에 경제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는 질문에도 보수(0.4)를 제외하곤 중도(-1.2)와 진보(-2.6) 모두 '그렇지 않다' 고 답하는 등 평균적으로 부정적 인식(-1.2)이 우위를 점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성장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성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보았다. '양극화 해소가 성장에 기여하는가'에 대해 보수(-0.4)가 다소 부정적 입장이었지만, 중도(0.4)와 진보(2.6)는 '그렇다'고 답했다. 전병유 한신대 교양학부 교수는 "재분배(복지) 이전에 생산과 노동시장의 불평등한 분배문제부터 인식해야 한다"며 양극화 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산적 논의 절실하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이 의제 선점을 위해 자극적인 공약이나 대안 없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복지공약이 일관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보수(-3.8) 중도(-3.2) 진보(-2.2)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평균 -3.0으로 나와 부정적 답변이 대세를 이뤘다. 정당의 고유한 정책은 실종되고 정권이 바꿀 때마다 다른 대안을 내놓고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복지 정책이 정책적ㆍ이론적으로 충분히 검토돼 제시되느냐'는 물음에도 보수(-4.2) 중도(-4.0) 진보(-3.0) 모두 부정적으로 답해 설익은 정책 남발을 비판했다.

또 정치권이 '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대변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성향과 관계없이 '그렇지 않다'(-2.0)고 답했다. 정치권의 복지 공약이 인기영합주의로 빠져든 것은 표를 의식해 현세대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행태가 지속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투표권이 없는 후손의 이익을 대변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출 늘리려면 재원 논하라

이념 성향을 떠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복지지출 확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재원 논의가 필수적이라는 데에 대체로 동의했다. 재원조달 방식에 대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과세기반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 보수(1.6) 중도(1.4) 진보(2.6) 모두 공감을 표시했다. 반면, 부자 증세 등 누진적 조세체계 강화에 대해서는 보수(-0.6) 전문가가 다소 반대 의견을 보인 반면, 중도(0.2)와 진보(2.8)는 찬성 입장에 섰다. 사회보장세 등 복지지출을 위한 목적세 신설에 대해서는 진보(0.4) 외에는 보수(-0.4)와 중도(-0.8) 모두 약하나마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현 복지지출 수준이 적정한가'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보수 성향의 전문가(0.0)를 제외하면 중도(-1.8)와 진보(-4.0) 모두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빈곤층에 대한 지출 확대는 보수(2.0) 중도(1.8) 진보(2.6) 모두 한목소리로 지지했다. 반면, 중산층에 대한 지출 확대는 보수(-1.4)와 중도(-0.8)가 부정적 입장을 보인 반면, 진보(1.0)만이 찬성했다.

복지와 일자리의 양립에 대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복지와 고용의 연계 강화에 대해 보수(1.6), 중도(2.0), 진보(2.6) 모두 공감을 표시했다. 이른바 퍼주기식 지출은 예산낭비만 불러온다는 공통된 판단인 셈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일자리 나누기가 복지확대와 함께 추진될 때만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념성향을 떠나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복지 모델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복지 모델을 묻는 질문에 '한국형 모델' 이라는 답이 72.1%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북구 사민주의(11.5%) 대륙 조합주의(9.8%) 영미 자유주의(4.9%) 등이 뒤를 이었다. 보편적 복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웨덴과 핀란드 등 북유럽식 모델이 유일하지 않은 것처럼 선별적 복지를 내세우는 영미 자유주의 모델도 우리가 좇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북구형과 영미형에 대한 이분법적 접근을 버리고, 우리 현실에 적합한 한국적 복지국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고 밝혔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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