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꾼 소굴만은 아니다
주말인 지난 22일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에는 단체로 찾아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직장 동료나 동창생들이 인근 스키장이나 태백산 등산을 갔다가 들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아예 마을 단위로 버스를 대절해 관광을 온 타 지역 주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꾼들과는 모습부터 달랐다. 도박꾼들은 입장권을 받고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목표한 게임 테이블이나 슬롯머신으로 돌진한다. 반면 이들은 카지노 입구에 있는 2.5m 높이의 모형 슬롯머신 옆에서 기념촬영부터 한다. 그리고 왼편에 있는 '아름다운 행운의 손'에 손을 대고 행운을 빈다. 이 행운의 손은 지난해 강원랜드 카지노 개장 이래 최고 잭팟(7억6,680만4,250원)에 당첨된 후 전액을 카이스트에 기부한 안승필(61)씨의 손을 핸드프린팅한 것. 카지노에 입장한 후 이들은 안내데스크에서 각 게임기의 위치가 그려진 지도를 받고 블랙잭, 바카라 등의 게임 방법을 배운다.
물론 테이블게임이든 슬롯머신이든 실제로 게임을 하는 사람 열에 아홉은 '꾼'인 듯했다. 왼손에 5만원권을 수십장 들고 오른손으로는 버튼을 반복해서 누른다. 그들에게서는 게임 결과에 대한 기대보다 오래 기계 앞에 앉아있어 지친 듯 짜증나는 표정만 보였다. 반면 오락으로 즐기러 온 사람들은 게임기 한 대에 모여 다 같이 결과를 보며 웃거나 아쉬워한다.
이들이 웃으면서 카지노를 떠날 수 있는 건 무엇보다 절제 덕분인 듯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이모(28)씨는 "스키장에 갔다가 처음으로 강원랜드에 와?R는데 각각 3만원씩만 하기로 하고 둘이 6만원을 잃고는 바로 나왔다"고 했다. 역시 스키를 타고 친구 3명과 함께 왔다는 강모(35)씨는 "4시간 정도 게임을 하며 놀았는데 소액으로 해서인지 정말 재미있었다"며 "친구는 1만원을 잃었지만 나는 운좋게 10만원을 따서 저녁을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오는 경우도 많다. 카지노 건물 지하1층 유아놀이방의 관리자는 "평일에는 평균 15명, 주말에는 60~70명의 아이들이 놀이방에 온다"며 "대부분의 부모들은 카지노에서 1~2시간 놀고 아이들을 바로 데려간다"고 말했다.
정선=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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