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과 대북 최대 투자사 오라스콤 회장 접견… 이례적 보도까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3일 북한 내 이동통신 독점사업자인 이집트 오라스콤의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을 만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오라스콤전기통신회사의 투자 활동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때 방문한 이사장(사위리스 회장)을 열렬히 환영하고 따뜻한 담화를 하신 뒤 선물을 받고 만찬도 마련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신은 김 위원장이 매제 장성택(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을 배석시킨 채 사위리스 회장을 접견했다고 전했다.
사위리스 회장은 2008년 12월과 2009년 9월에도 북한을 다녀갔지만 김 위원장을 만났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는 당시 나오지 않았다.
통일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1998년 이후 현대그룹 회장단 접견 이외에 김 위원장의 외국 기업인 접견 사실을 북한 매체가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사위리스 회장 접견 사실을 즉각 보도한 데 대해 "북한이 오라스콤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장성택 부위원장이 올 들어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에 한번도 동행하지 않다가 이번 만남에 처음 배석해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장 부위원장은 지난해 7월 외자유치 전담 창구로 설립돼 중국과 라선특구 및 황금평 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할 때 북한 측 협약 당사자였던 합영투자위원회를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정일 위원장의 국외 비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리철(본명 리수영) 전 스위스 대사가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라스콤은 북한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외국인 기업 중 하나로 2008년 75%의 지분 투자로 고려링크를 설립해 독점적인 이동통신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북한 내 가입자수가 3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오라스콤은 또 이동통신 사업 독점권을 따내는 대신 공사가 중단된 105층 짜리 유경호텔 건설을 맡아 지난 2008년 3월부터 공사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최대 외국투자기업인 오라스콤 회장을 평양으로 초청해 연평도 사태 후 북한 내 외국 기업 사이에서 일고 있는 '북한판 리스크' 우려를 잠재우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 완성을 앞두고 중국 외에 이집트 기업으로부터 외자를 유치하는 등의 외자 유치 다변화 전략도 엿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판단하고 경제협력 대상을 다변화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며 "김 위원장이 장성택 부위원장과 함께 외국 기업인을 만난 점으로 볼 때 외자유치에 힘을 쏟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