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24일(현지시간)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로 러시아 전역이 혼란에 빠졌다. 이날 폭발은 지난해 3월 39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부상한 모스크바 지하철 연쇄 폭탄 테러 사건의 기억이 채 가시기 전에 발생,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 보건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현지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는 31명, 부상자는 130여명에 이른다. 부상자 가운데는 중상자가 35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시간 오후 4시 32분 국제선 도착장 수하물 수취대에서 발생한 이날 폭발은 특히 수천명이 오가는 붐비는 시간대에 일어나 피해가 컸다. 폭발물의 강도는 TNT 7kg에 상당하는 규모였으며 폭발물 안에는 피해를 확대하기 위해 철제 파편들이 들어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폭발로 인해 공항 입국장은 폐쇄됐으며 수십편의 항공편이 지연됐다. 영국인 승객 마크 그린은 BBC에 “공항 도착 직후 터미널을 나와 택시를 타려고 할 때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천지가 흔들릴 정도의 폭발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현지 라디오 방송에 “몸에 불이 붙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들것에 실려가는 사람도 있었다”며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악몽 같은 순간이었다”고 아비규환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러시아 보안당국은 이번 폭발을 “자살폭탄에 인한 테러 행위”라고 규정한 뒤 즉각 수사팀을 구성하고 배후 색출에 나서는 한편 추가 테러 대비에 나섰다.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풀코보 국제공항도 보안 수준을 상향 조정했다.
이날 폭발은 최근 러시아 전역에서 발발한 인종차별 시위 등 사회불안을 틈탄 반정부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으나 러시아 테러 대부분의 배후로 거론되는 체첸 반군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1994년과 1999년 두 차례 체첸 전쟁 이후 러시아에선 체첸 반군 잔당들의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잦은 테러로 주요 건물과 시설물에 대한 보안 검색이 강화되면서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경계가 허술한 열차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이 목표가 되고 있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테러에 앞서 2009년 11월에는 승객 661명을 태운 모스크바발 상트페테르부르크행 열차가 운행 중 매설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27명이 사망하고 90여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테러는 연간 이용객이 2,200만여명에 달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미뤄 러시아는 물론 해외 정부에도 충격을 주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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