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를 상대로 한 경기 고양시의 역외 기피시설 압박(본보 2010년 12월15일자 14면)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고양시는 불법시설물 경찰 고발과 행정대집행 영장 교부에 이어 범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전방위 공세에 나섰다.
고양시는 24일 지역 국회의원, 전·현직 지방의원, 시민단체 회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 문예회관에서 '관내 불법 서울시 기피시설 보고대회'를 열고,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최성 고양시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TV 공개토론과 공개해명을 요구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자 본격적인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한 서명운동 대상에는 고양시민과 경기도민은 물론, 서울시민까지 포함된다.
앞서 이달 11일 고양시는 덕양구 현천동 서울시 난지물재생센터(2개)와 마포구 폐기물처리시설(3개), 서울 11개 구청 분뇨 및 청소차량 230여대가 드나드는 덕양구 도내동 차고지(55개)의 불법시설물 60개에 대한 행정대집행 영장을 교부했다. 또 지난해 12월 경찰에 고발한 불법사항들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 2억여 원을 부과했다. 경찰의 사법처리와는 별개로 자체 행정력을 이용한 행정적인 제재까지 총동원하는 '전면전'에 나선다는 의미다.
고양시가 행정대집행을 준비하는 시설물들은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에 불법으로 설치된 사무실과 창고, 작업장 등이다. 난지물재생센터 전기실 같은 핵심시설들도 개발제한구역관리계획 승인이나 건축허가 없이 설치된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번 행정대집행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최 시장은 "서울에서 환경대란이 벌어지면 이는 오세훈 시장의 책임"이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이 시설들의 가동이 중단될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시 관계자는 "영장을 받았는데도 내달 6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순차적으로 강제 철거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고양시의 수 차례 요구에도 침묵했던 서울시와 구청들은 최근 소규모 시설들에 대한 철거를 시작했다. 지난해 고양시가 조사한 불법시설물은 95개인데 일부 철거가 이뤄져 경찰에 고발할 때는 86개로 줄었다. 현재도 철거가 진행 중이라 내달 6일 전까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규모 불법시설이나 적치물 등을 치우는 중이고, 지속적으로 철거하겠다"며 "마땅한 부지가 없어 당장 옮기기 힘든 시설들은 장기적으로 이전할 계획인데 그 새를 못 참는 것 같다"고 난감해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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