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와 돌로 골프를 시작한 베네수엘라 청년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섰다. '골프 금지국'인 베네수엘라를 떠나 미국에서 유학을 한 지 10년 만에 '꿈의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골프 난민' 조나탄 베가스(27ㆍ베네수엘라)가 PGA 투어 봅 호프 클래식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골프 선수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2002년 조국을 등지고 미국으로 건너간 베가스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인근 파머 코스(파72ㆍ6,930야드)에서 열린 대회 5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27언더파 333타로 개리 우드랜드, 빌 하스(이상 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두번째 연장전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하스를 따돌린 베가스는 10번홀(파4)에서 이어진 두번째 연장전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는 위기에 빠졌지만 침착하게 4m짜리 파 퍼트를 성공시켜 보기에 그친 우드랜드를 제압했다. PGA 투어 데뷔 한 달 만이자 두 번째 출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베가스는 PGA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베네수엘라 선수로 이름을 올리면서 상금 90만달러(약 10억800만원)를 받았다.
베가스의 골프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베가스는 10년 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골프는 부르주아의 스포츠'라며 골프장을 줄줄이 폐쇄하는 바람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골프선수가 꿈이었던 베가스는 2002년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했고 2009년 네이션 와이드 투어(2부)에 데뷔해 PGA 입성의 꿈을 키웠다. 베가스는 지난해 네이션 와이드 투어 상금랭킹 7위에 올라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낸 뒤 데뷔 1개월 만에 첫 우승을 따내는 감격을 누렸다.
베가스는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꿈을 이루게 해 준 신에게 감사드린다. 차베스 대통령은 골프가 엘리트 계층을 위한 스포츠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대중 스포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재미동포 나상욱(28ㆍ타이틀리스트)은 5타를 줄여 합계 24언더파 336타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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