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이건희 삼성회장 등 30대 대기업 총수 및 경제단체장과 수출ㆍ고용ㆍ투자 확대를 주제로 오찬 간담회를 했다. 대통령과 재벌총수 회동은 정부 출범 이후 여섯 번째, 인수위 시절까지 포함하면 일곱 번째다. 그 동안 명칭과 강조점은 조금씩 달랐으나 회동의 성격과 내용은 모두 비슷했다. 대통령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계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재계는 청와대의 주문에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는 식이다.
재계는 이번 회동을 준비하면서도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5% 성장과 3% 물가안정'이라는 정부의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동참하면서 일자리와 동반성장 부문의 청사진도 빼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과 LG가 각각 43조원, 21조원의 야심적인 투자 및 고용계획을 발표하고 현대차 SK 등도 10조원대의 카드를 내놓은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동반성장 제도와 인프라의 조기 정착, 나눔과 봉사 캠페인, 양극화 해소 노력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그러나 매번 그렇듯이 회동 결과는 너무 싱겁다. 이번에도 대통령은 재계의 투자ㆍ고용 노력을 치하하면서 친시장 정책 의지를 재확인하고, 재계는 정부의 성장 및 상생기조에 발맞춰 열심히 뛰겠다는 범주를 넘지 못했다. 대통령이 기업 관점에서 본 맞춤형 서비스를 약속하며 국내외서 존경 받는 기업이 될 것을 주문한 게 특이하지만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참석자들의 발언도 교과서 수준에 머물렀다. 모임의 성격이 애초부터 대통령은 말하고 재계는 듣는 데 그쳤으니 말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돈 들여 바쁜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전시성 행사는 이제 안 했으면 좋겠다. 회동에서 오간 말을 보면 꼭 만나서 얘기해야 할 만큼 복잡하거나 오해 소지가 있는 내용도 없어 보인다. 굳이 만난다면 경영트렌드나 국가전략 같은 큰 주제를 놓고 진솔하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대통령이 '한 눈 팔면 죽는다'는 각오로 경영일선에서 뛰는 재계에 더 다가가고 지혜도 빌릴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