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10일.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4.5%로 예상했다. 정부 전망치 혹은 목표치인 5%와는 적잖은 거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권위 있는 중앙은행이니까, 가장 공신력 넘치는 조사기관이니까 국민들은 그 수치를 믿었다.
불과 1개월여가 지난 지금. 한은이 연일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김중수 총재는 지난 19일 한 강연에서 "미국 경제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크게 높아질 거라는 예상이 나오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이틀 뒤 금융협의회에서도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24일엔 실무진까지 거들었다. 한은 한 국장은"경제가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보다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언론에서는 한은이 4월 수정전망 발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0% 내외로 높여 잡을 거라고 기정사실화해 보도하고 있다.
물론 전망은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 바뀔 수 있다. 1년에 몇 번씩 바뀌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제전망을 내놓은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이런 적은 없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금융위기 같은 상황이라면 모를까, 요즘 같은 평시에 한 달 만에 전망치를 갈아 엎는다면 가능성은 딱 두 가지다. 애초 전망을 잘 못 했거나, 지금 과도하게 호들갑을 떠는 것이거나.
더구나 중앙은행의 경제전망은 그냥 전망이 아니라, 향후 금리정책의 근간이 된다. 성장률 상향조정 운운은 금리정책을 좀 더 타이트하게 가겠다는 포석처럼 들리는데, 정말로 중앙은행의 태도가 한달 만에 이렇게 180도 달라져도 되는 것인지. "정부와 코드를 맞추려는 것"이란 지적이 나와도 한은으로선 뭐라 할 말이 없어 보인다. 이래저래 중앙은행 신뢰만 계속 추락할 뿐이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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