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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발빼는 외국인, 굿바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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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발빼는 외국인, 굿바이 코리아?

입력
2011.01.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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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1,265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벌써 3일째 순매도. 살 수도 있고 팔 수도 있는 게 주식이라지만 행보는 과거와 확실히 달라 보인다. 지난 2009년 이후 2년간 무려 54조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 2,000시대를 다시 열어준 외국인들이 조금씩 발을 빼는 모습이다.

외국인의 변심?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이 눈에 띄기 시작한 건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올린 뒤부터. 이후 24일까지 단 하루만 순매수(19일 32억원)했을 뿐, 기조 자체는 확실히 '팔자'로 돌아섰다. 지난 2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한 주식규모는 6,000억원을 넘고 있다. 지난 주 코스피지수가 38포인트 하락하며 8주 만에 상승세가 꺾인 것도 바로 이런 외국인들의 '변심'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신흥국 대부분이 동병상련을 앓고 있다. 이들 4개국 증시에서만 외국인 순매도는 올 들어 17억8,600만 달러에 달하고 있고 이로 인해 증시는 1~3%씩 뒷걸음쳤다.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 외국인 이탈 행렬에 예외가 있다면, 증시에서 IT종목 비중이 60%를 넘는 대만이 유일하다.

머니무브?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최근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이유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경기 회복이 본격화한데다 ▦물가 압력이 커지면서 금리 인상 우려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회복 사이클 주도권이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고 있고 신흥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긴축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점이 글로벌 자금의 이탈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작년 12월부터 글로벌 자금의 물길은 미국 등 선진국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선진국 주식형펀드에선 지난해에만 150억 달러가 빠져나가는 등 4년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보였지만, 작년 12월만 놓고 보면 신흥국 펀드보다 3배나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 지난주 역시 전세계 주식형펀드에 새로 들어온 101억 달러 가운데 약 70%(69억 달러)가 미국 펀드로 몰렸고, 신흥국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17억달러에 불과했다. 확실히 돈은 신흥시장에서 선진국으로, 그 중에서도 요즘 경기 회복세가 가장 확실한 미국 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엑소더스?

물론 당장 외국인 자금의 대탈출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일단 지역을 불문하고 전세계 주식시장으로 돈은 계속 들어오고 있다. 특히 미국 지방정부채권의 부실 우려, 연초부터 부각된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인해, 채권에 몰렸던 글로벌 자금은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선진국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선진국 증시로 자금 유입 강도가 훨씬 강해졌지만 그래도 올 상반기까지는 미국의 금리인상, 달러화의 강세 전환 등이 현실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흥국 증시로도 자금은 꾸준히 공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의 외국인 매도세를 굳이 '바이 코리아(Bye Korea)'로 해석할 이유는 없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물가상승 압력과 금리인상 이슈가 불거지고 환차익 기대도 축소된 상황에서 한국 증시가 이미 많이 올라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경기 흐름에 변화가 없고 한국 증시가 고평가된 상황도 아니므로, 외국인의 공격적 매도가 시작됐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당분간 중국 긴축 이슈가 남아있어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3월께 국내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되고 유럽재정위기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원화 강세 기조가 나타나면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외국인의 매수가 살아난다 해도, 그 강도는 분명 약해질 전망. 김세중 팀장은 "증시에 유입되는 국내자금의 화력이 외국인의 매도를 받아줄 정도로 충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바이코리아는 아니더라도,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다는 뜻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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