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죽을 수 있다. 하지만 명예롭게 죽자. 나는 불가능을 모르는 특수전여단(UDT) 특전용사다.” 청해부대 특전요원 공격팀 김모 중사는 21일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을 앞두고 이렇게 다짐했다. 김 중사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선원들의 고통스런 표정과 진압작전을 펼칠 삼호주얼리호의 내부구조를 끊임없이 되뇌었다. 피랍소식을 접한 이후 하루 2시간 이상 잠을 청한 적이 없었다. 김 중사는 “동료들의 침실에도 전등이 꺼지지 않았다. 오전3시께 자리에서 일어난 우리는 평소처럼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았지만 무덤덤했다”고 작전 직전의 상황을 회상했다.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을 완벽하게 마무리한 청해부대원들이 당시 작전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는 경험담을 국방부를 통해 24일 공개했다.
검문검색대 공격1팀장 김규환 대위도 김 중사와 같은 심정이었다. “오전 3시, 기상방송과 함께 눈을 떴다.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구나.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봤다. 사흘 전 작전 때 대장이 착용하던 바로 그 피탄 고글이었다. 밤새 긴장한 탓인지 잠을 설쳤지만 고글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앞서 18일 해적 일부가 몽골선박을 피랍하려던 틈을 노려 삼호주얼리호에 접근했다 실패했던 기억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김 중사는 “고속단정에 3명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리는 느낌이었다. 총격전에서 부상한 동료를 처음 본 탓에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지만 모두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실탄을 장전하라.” 구출작전이 시작됐다. 고속단정을 타고 은밀하게 삼호주얼리호에 접근한 지 20여분, 링스헬기에서 빨간 점으로 이뤄진 불빛들이 삼호주얼리호에 내리 꽂혔다. “이제 우리 차례다.” 최영함의 적외선카메라와 저격수, 링스헬기의 엄호하에 UDT 2명이 먼저 갑판 위에 올랐고 이어 1, 2팀 15명이 모두 성공적으로 배에 진입했다.
UDT요원들은 선교에 진입해 두려움에 고개를 떨구고 있는 선원들을 발견했다. “대한민국 청해부대입니다. 한국 사람은 고개를 들어주십시오.” 안도의 눈빛으로 요원들을 바라보던 찰나 갑자기 선원 한 명이 외쳤다. “해적이 선장님을 쐈습니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김 중사는 “선장은 바로 내 옆에 쓰러져 있었다. 출혈과 쇼크, 체온저하로 상당히 위급했다.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여러 겹의 이불을 덮고 응급처치가 끝나고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고 말했다.
완벽한 작전이었지만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최영함의 꼭대기에서 저격수로서 삼호주얼리호의 해적들을 겨누고 있던 박모 중사는 “어둠 속에서 해적 한 명이 대전차로켓(RPG-7)을 최영함쪽으로 겨냥하는 것을 발견하고 제압했다”며 “만일 한 발이라도 우리 쪽으로 날아왔다면 아군 피해도 상당했을 것”이라고 한숨을 돌렸다.
임무와 상관없이 청해부대 300여명 승조원은 한 몸이었다. 항공대장 강태열 소령은 “해적들이 절대 소말리아 땅을 밟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각오로 링스헬기를 몰았다”고 했고, 최영함의 기관총 통제요원 신명기 중사는 “한국선박을 돈줄로 보는 해적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M-60기관총으로 해적들의 RPG-7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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