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중동 평화협상 당시 동예루살렘 지역을 이스라엘에 통째로 넘겨주는 방안을 제안했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3일(현지시간)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중동 평화협상과 관련한 1,600여건의 기밀 문서를 입수해 영국 일간 가디언과 함께 공개했다.
문서에 따르면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 수석 협상관은 2008년 6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과의 3자 회담에서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에 건설하고 있는 모든 정착촌(하르 호마 제외)을 합병하는 데 동의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해 온 이 지역에 대한 권리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에레카트 협상관은 이스라엘 측에 “이런 내용은 역사상 처음 있는 공식 제안”이라며 “길로 등 이스라엘이 점유한 지역에 12만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의 대형 정착촌인 말레 아두민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팔레스타인의 제안을 거절했다.
팔레스타인은 이와 함께 이슬람 3대 성소 중 하나인 동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사원을 일시적으로 자신들과 이스라엘,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이 공동 관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스라엘이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면서 동예루살렘을 둘러싼 이ㆍ팔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팔레스타인 내에서는 자치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다이애나 부투 전 팔레스타인 협상 대표는 “협상단의 권한과 임무를 넘어선 것”이라며 에레카트의 사임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아메드 쿠레이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는 “대부분의 문건은 팔레스타인의 지도력을 흠집내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며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알자지라와 가디언은 26일까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난민 이주 계획 ▦이스라엘 군과 팔레스타인 정부 사이의 비밀 협력 거래 ▦중도 평화협상이 실패한 이유 등 민감한 내용들을 낱낱이 공개할 예정이어서 ‘중동판 위키리크스’ 사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