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락 전 경찰청장 영장 재청구 주초에 합니까?" "글쎄요, 확인해 줄 수 없습니다."
'함바집 비리사건' 수사가 시작된 뒤 취재진과 서울동부지검 공보담당 검사의 대화는 매번 이런 식이다. 지난해 경찰 내 항명파동을 일으킨 채수창 전 서울강북서장의 17일 출석에 대해서도 동일한 답변이라 함바집 관련 여부는 물론 단순 참고인인지 피의자 신분인지 추측이 난무했다.
수많은 정ㆍ관계 인사가 등장하고 130명이니, 1,000명이니 하는 '유상봉 리스트'에 대한 온갖 설이 나도는 실정이지만 검찰은 시종일관 '모르쇠'다. 대다수 언론이 보도한 고위층 인사들의 실명과 연루혐의도 검찰의 이러한 태도로 뭐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종잡을 수 없다. 사건의 시발점이 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금품수수의 대가가 함바집 운영권 알선인지, 인사청탁인지, 둘 다인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지도 여전히 불분명하다. 매우 효과적인 검찰의 언론대응 전략이라 하겠다.
하지만 검찰의 이러한 자세가 일관된 게 아니라서 문제다. 지난 12일 모 언론에서 유상봉 리스트에 검사를 거론하자 동부지검의 반응은 이례적으로 명쾌했다. 지난해 6월 수도권 지청에 동일한 피해자들의 고소가 접수됐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정황상 개연성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사안이지만 검찰은 "그런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재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검사 연루설에 대해 진위를 판별해준 검찰이 다른 고위층 연루설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물론 검찰은 피의사실을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와 거론되는 인사들의 인권을 고려한다면 최소한 기본적인 사실, 적어도 잘못된 사실에 대해서는 검찰이 지금보다 유연한 입장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김현수 사회부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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