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성공에 힘 입어 이명박 대통령이 정국 운영에 한층 탄력을 얻는 모습이다. 국내외에 결단력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정치적 입지가 단단해진 덕이다.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잃었던 점수를 만회하고,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자진사퇴 파동으로 흐트러졌던 임기 4년차 국정과제 추진 계획을 추스를 여유도 생겼다. 외신들이 앞다퉈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성공을 '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고 평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우리는 이 대통령이 맞은 이러한 정치적 반전이 꽉 막힌 정국에도 돌파구를 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유를 회복했다고 해서 일기가성(一氣呵成)으로 밀어붙이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야당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국정운영 상 불가피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앞으로도 여의도 정치권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면서 밀어붙이기로 일관한다면 갈등과 마찰에 의한 국정 파행은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체제가 출범한 지 4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여야 영수가 한 번도 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치실종의 단적인 예다. 물론 청와대측은 손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원색적인 용어로 대통령을 비난하고 장외로 도는데 무슨 대화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적 강자인 이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민주당이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와 관련한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오불관언으로 일관할 일이 아니다. 의지만 있다면 민주당의 체면과 명분을 세워줄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현안이 한 둘이 아니다. 구제역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미중 정상회담 이후 남북당국자 회담 재개 등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반도 안보상황 변화, 물가 및 전세대란과 같은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다. 지금처럼 정국경색이 계속되면 2월 임시국회도 파행이 불가피하다. 민주당도 경직된 대여투쟁 일변도를 벗어나야 하지만 자신감을 회복한 이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 정국 돌파구 마련에 나서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