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는 사람을 위한 복지와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장희(70)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화여대 명예교수)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계층에 적용되는 보편적 복지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개인의 능력에 따라 합당한 수입을 보장해 주는 게 더 나은 복지"라고 말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의장)에게 경제 관련 사항을 자문하는 헌법상 기구.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인사와 민간위원들이 참석해 주요 과제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곳이다.
유 부의장은 무상급식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최근 복지논쟁에 대해 미국이 1960년대 존슨 대통령 시절 시작했던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흑인 등에게 미 정부가 무조건적 복지를 제공한 결과 오히려 그들의 경제적 능력이 저하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는 것. 그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역경을 딛고 올라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먹여 살리기보다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국민들을 더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문제에서도 중소기업을 일방적 약자로 규정해 인위적 지원 정책을 펼칠 시기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동반성장 문제는 정책이나 규제 차원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대ㆍ중소기업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해 가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한편 앞으로의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유 부의장은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만 정부가 '5% 성장, 3% 물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국경제가 예상보다 나아지고 있어 한국도 민간연구소들의 예측(4%대 초반)보다는 높은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며 "국제무대에서 국산 제품에 대한 시각이 갈수록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어 수출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동. 인플레이션 요인 중에서 정부가 가장 관리하기 어려운 외생변수이기 때문이다. 유 부의장은 지난해를 빼면 최근 경제성장률이 줄곧 잠재성장률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원자재 별로 가격 급등시 긴급하게 수입을 할 수 있도록 공급국과 사전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식으로 공급 불안 우려를 줄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볼리비아와 리튬 개발과 관련한 MOU를 맺은 것을 그 예로 제시했다.
유 부의장은 72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일하다, 89년 한국으로 건너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이화여대 교수ㆍ부총장 등을 지냈다. 미국 유학 중이던 그의 아들이 박찬호 선수가 LA다저스에 진출하는데 도움을 준 것이 인연이 되어, 97년부터 지금까지 '박찬호 장학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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