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BBC가 2차대전 당시 원자폭탄 피폭에 살아남은 일본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혼쭐이 났다.
22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BBC는 지난달 방영한 코미디 퀴즈쇼 'QI'에서 진행자들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두 번의 원자폭탄 투하에서 살아남은 일본인 야마구치 쓰토무씨를 두고 '세상에서 가장 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야마구치씨는 1945년 8월 6일 사업차 히로시마를 찾았다 원폭투하로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기차를 타고 나가사키에 있는 집으로 돌아간 뒤 며칠 후 또 다시 원폭피해를 입었다. 일본 정부는 그를 두 번의 원폭 피해를 입은 유일한 생존자로 인정했다.
진행자 스티븐 프라이는 지난달 93세로 사망한 야마구치씨에 대해 "이 사람이 가장 불행한 사람인지 행복한 사람인지는 보기에 따라 달렸다"며 운 없는 사람으로 표현했다. 코미디언 앨런 데이비드도 "폭탄이 그에게 떨어졌다 튀었던 것인가" "그는 다시는 기차를 타지 않았을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한편 이를 본 일본인들은 BBC에 이메일로 항의했고, 런던 주재 일본대사관도 BBC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BBC 대변인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사과한다"며 "일본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다룬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느끼는 이유를 이해한다"고 밝혔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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