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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 설득하기

입력
2011.01.2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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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중 정상회담이 끝났다. 한반도 사태의 당사자인 한국이 북핵 문제 등을 최대 현안으로 논의하는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당연했다. 사전에 미국과 충분히 조율해 남북문제, 6자회담 등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데도 각별히 공을 들였다.

한반도는 그들의 아킬레스건

한국은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공동성명을 보면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양국이 우려를 표명했다'는 것과 6자회담 이전 '남북대화가 '필수적'이라는 것 정도를 생각할 수 있다. 우라늄은 미국의 강력한 요구로 그나마 '우려'라는 문구를 넣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우라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했던 중국이 이 정도 받아들인 것은 상당한 진전이라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 시급한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들을 수 없었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은 자신의 안보위협인 우라늄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한국이 얻은 것은 관련국들이 이미 합의한 남북대화 우선론을 재확인한 정도였다. 더욱이 남북대화는 6자회담 재개를 촉진하기 위해 필요성이 거론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6자회담을 고집스럽게 주장했던 중국의 입장이 더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북한 감싸기'는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지만, 이제는 이를 보다 전략적으로 볼 때가 됐다.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이 과거 한반도에서 겪었던 굴욕의 역사를 되짚어 볼 것을 조언했다. 중국은 청일전쟁에서 패한 뒤 대만을 일본에 넘겨줬고, 한반도를 매개로 한 일본의 침략에 만주가 유린 당하는 아픔을 경험했다. 한국전쟁 때는 수많은 인민해방군(PLA) 병사들이 희생됐다. 중국 역사에서 한반도만큼 위협이 된 지정학적 공간도 찾기 힘들다. 중국이 북한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이런 뼈저린 역사와 무관치 않다.

이 전문가는 "중국은 이미 북한에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며 "적어도 권력세습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때까지 무조건 북한을 지지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이 아쉬울 때 도움을 준 것을 내세워 차기 지도자에 대한 영향력 확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어쩔 수 없이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한 축이라면 우리는 '북한 변수'만을 앞세워 중국을 판단하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중국의 입장을 또 다른 사고의 한 축에 넣고 균형 있게 생각할 수 있어야 큰 틀의 해법을 얻을 수 있다.

미온적인 미국을 다그쳐 항모 조지 워싱턴을 서해까지 들어오도록 고집한 것이 단견의 예로 지적된다. 항모를 코 앞까지 들이대 중국에 경각심을 불렀다고는 하지만,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중국의 안보 불안을 자극해 더욱 북한을 품 안으로 끌어들이게 한 것은 아닐까. 미국이 항모의 동해 훈련만으로 충분하다고 본 것은 이런 중국을 고려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북에 대한 사고 달라지게 해야

한반도의 복잡한 지정학적 구도를 생각할 때 북한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우리 식 사고'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중국을 윽박지를 힘이 우리에게는 없다. 그렇다면 북한의 도발과 핵무장이 한미는 물론 중국의 안보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에 설득하고 논리적 합당함을 관련국들에게 확산시켜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북핵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한 발 한 발 진전을 이루는 길이다. 중국이 미국에 맞먹는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지금에는 더욱 그렇다.

황유석 워싱턴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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