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의 폐해를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개인의 패가망신 차원을 넘어 국가ㆍ사회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 고위직 공무원이 도박을 일삼는 것도 큰 문제인 터에, 수단과 방법이 워낙 다양해 청소년들도 쉽게 빠지는 환경이 넓게 조성돼 있다. '도박공화국'의 증후가 중증이니 보다 특별한 대책을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주 감사원은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상습도박을 한 공직자 370여명의 명단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액수가 15억원이 넘는 경우만 따졌는데도 이 정도다. 이들 중에는 5급 이상의 고위급이 7~8명 포함돼 있고, 한 번에 3,000만원 이상 휴대해야 하는 VIP고객도 10여명이나 된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말부터 유난히 공직자들의 도박행태가 언론에 자주 보도됐는데, 직급의 고하가 따로 없고 지자체의회 의원들도 끼어 있다. 대부분은 돈을 구하거나 빚을 갚기 위해 업무와 관련된 업자들과 결탁한 혐의로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공직사회가 이러니 일반사회의 도박풍조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최근 필리핀 원정도박 등의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는 신정환 씨의 경우 지명도가 높아 관심을 끌지만 도박 자체는 오히려 경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세칭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 사설카지노와 컴퓨터도박은 주택가 지하나 아파트 실내로 뿌리깊게 번졌고, 청소년 대상의 불법 도박사이트는 당국이 그 종류와 개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사이버머니의 현금화가 전제된 인터넷 도박은 각종 범죄의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
도박은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당국의 단속과 지도에만 맡겨 놓을 수 없다. 폐해를 소상히 알리는 동시에 엄정한 처벌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특히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공무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감사원이 '올해의 업무 계획' 중 하나로 천명한 만큼 종전처럼 경고나 징계 수준으로 얼렁뚱땅 넘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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