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가 120분 혈투 끝에 이란을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 숙적 일본과 맞붙는 조광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단 한번도 일본 축구를 두려워 해본 적이 없다"며 '극일'에 자신감을 보였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윤빛가람의 천금 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이란을 1-0으로 꺾었다.
조 감독의 용병술이 빛난 한판이었다. '한국 축구통' 압신 고트비 감독이 지휘하는 이란을 맞아 조 감독이 뽑아 든 '히든 카드'가 잇달아 적중하며 천금 같은 승리를 만들어냈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용래(25ㆍ수원)에게 공격적인 임무를 부여한 것이 첫 번째'의외의 수'였다. 경기 MVP로 선정된 이용래는 정확한 크로스와 과감한 슈팅으로 이란 수비진을 당황케 했다.
조별리그에서 4골 2도움으로 펄펄 난 구자철(22ㆍ제주) 대신 윤빛가람(21ㆍ경남)을 투입한 결단도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후반 36분 그라운드에 나선 윤빛가람은 연장 전반 15분 통렬한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조광래호'는 이날 승리로 지난해 9월 서울에서 당한 0-1 패배를 설욕했다. 한국은 2005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이란에 승리하며 역대 A매치 전적에서 9승 7무 9패로 균형을 이뤘다.
한국은 25일 밤 10시 25분 알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숙적 일본과 결승 진출을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친다. 일본은 지난 21일 8강전에서 가가와 신지(22ㆍ함부르크)의 2골을 앞세워 카타르를 3-2로 꺾었다. 지난해 10월 첫 만남에서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조 감독과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감독의 지략 대결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일 양국 축구의'포스트 남아공'시대를 책임질 지휘관으로 임명된 조 감독과 자케로니 감독은 취임 후 성공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팀에 입히고 있다. 미드필드 플레이를 중시하는 축구 철학도 비슷하다.
현역 시절 '컴퓨터 링커'로 불린 조 감독은 이번 대회 들어 '컴퓨터 사령탑'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경험이 일천한 지동원(전남)과 구자철(제주)을 공격 중심 축으로 삼는 결단은 대성공을 거뒀고, 이란전에서도 정확한 상황 판단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자케로니 감독의 용병술도 이에 못지않다.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후반 17분 수비수 요시다가 퇴장 당하며 위기에 몰린 자케로니 감독은 미드필더와 공격수 숫자를 줄이지 않는 뚝심을 발휘하며 3-2 역전극을 연출해냈다. 한국-이란전을 지켜 본 자케로니 감독은 "한국은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고 경기 내용도 뛰어나다. 양팀 모두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며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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