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앞두고 북한이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 수위로 언급할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또 북한의 누가 회담 대표로 나설지, 언제쯤 회담이 개최될지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측이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 어느 급의 인사를 내세워 어떤 언급을 하느냐에 남북 회담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이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와 관련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남북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고위급 군사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대북 강경 정책을 전환할지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 정부나 국민이 납득하고 만족할 만한 수준의 유감 표명이나 재발 방지 약속 등을 한다면 천안함 폭침에 따른 5ㆍ24 제재 조치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언급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측은 그간 천안함 폭침은 남측의 ‘날조극’이며, 연평도 포격 도발도 남측의 도발에 대한 대응 타격이라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북한은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는 검열단 파견을 주장하고,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서는 민간인 희생에 대해서만 유감을 표명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북측은 그 대신에 서해 평화 정착 방안을 의제로 삼기 위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를 거론할 수도 있다.
반면 최근 대화 공세를 펴온 북한의 태도를 감안할 때 이번 고위급 군사회담 제안을 무조건 회의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대화 재개의 물꼬를 트려는 적극적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군사회담이 개최될 경우 나서게 될 북측 대표로는 우선 통지문 서명자인 김영춘 인민부력부장이 거론된다. 그간 북한은 고위급 회담의 경우 장관급 이상을 내세운 만큼 김 부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과거 두 차례의 국방장관 회담에는 당시 북한의 국방장관 격인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대표로 나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부장이 나이(75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못해 회담에 나오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부장이 회담에 나오지 않을 경우 상장(중장에 해당)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대표로 회담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남과 북은 군사회담 개최 시기를 놓고 약간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측은 20일 남측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 “예비회담을 1월 말경, (고위급 군사) 회담을 2월 상순에 갖자”고 제의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예비회담을 2월 중순께 개최하고, 본회담을 2월 말이나 3월 초에 개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속도전’을 펴고 있다면, 남측은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