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17일자 22면)에는 기관과 외국인이 매수하는 종목은 오르는 반면 개인이 매수하는 종목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이런 매매패턴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기관(또는 외국인)의 펀드매니저가 하는 역할은 펀드에 편입될 포트폴리오를 결정하고 그에 맞춰 주문하는 일이다. 주식형 펀드라고 하면 통상 50~100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운용되는데, 편입 종목이 결정되면 각각의 비중도 함께 결정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15%, 포스코 5%, 현대차 8% 등 이런 식이다.
이제 이들의 매매패턴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1,000억원짜리 펀드가 조성되는데, 이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가 한미약품을 5% 편입하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하자. 5%면 50억원 어치를 채워 넣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 종목 하루 거래량은 10억원에 불과하다. 하루에 다 채울 수 없을뿐더러 무리해서 매수하면 너무 비싸게 사들이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방법은 분할매수 밖에 없다. 필자가 펀드매니저라면 '하루 거래량의 4분의1을 평균가에 매입'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하루 2억~3억원씩 매입해서 약 20일에 걸쳐 원하는 물량을 채울 것이다.
실제로 증권사가 매입에 들어가면 시장에서는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지난 주에도 썼듯이, 하루 거래량의 4분의1을 기관이 매입하면 이 기간 동안 '기관 매수-개인 매도'가 나타나고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 무려 20일 동안 이 종목이 상승 압력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그 종목의 가격 상승 압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펀드가 수익률이 좋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서 돈이 더 들어와 2,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런데도 펀드매니저는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마음이 없다. 이제 간신히 목표치를 채워 놓은 한미약품에 대해 50억원 어치를 더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20일 가량 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다. 해당 종목은 당연히 가격이 또 오를 수밖에 없다.
만약 그 펀드가 너무 잘돼서 1조원까지 불어났다고 상상해 보자. 편입 종목들은 그 기간 동안 엄청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다. 당연히 수익률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들은 해당 종목들에 대해 매도세를 지속했을 것임에 틀림 없다. 기관은 당연히 순매수로 잡힐 것이다.
반대로 어떤 펀드가 한미약품에 대해 편입 제외 결정을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 종목을 계속해서 팔고, 그러면 주가 하락은 불 보듯 뻔해진다.
이제 왜 기관이나 외국인이 매수하는 종목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잘 알게 됐을 것이다. 그들의 매매행태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수익을 내야 한다. 다음 번에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그런 투자법을 어떻게 실제로 적용할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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