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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기우뚱한 균형] 복지 싸움, 무능 대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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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기우뚱한 균형] 복지 싸움, 무능 대 포퓰리즘

입력
2011.01.2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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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쉬운 말 같다. 안전한 삶을 원하는 것,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나 사실은 예민하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정치경제적 문제이다. 까놓고 말하면, 누구의 돈으로, 누가 어떻게, 삶이 던지는 여러 위험을 피하느냐는 물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가와 시장이 각각 얼마나 개입해야 하느냐는 물음이다. 시끌시끌한 복지싸움이 벌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상급식을 둘러싼 이전투구에서 이제 한나라당도 무상급식을 절대적 금기로 여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그것을 받아들였고, 서울시장만 무상급식 반대를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확대하는 도구로 남용하고 있을 뿐이다.

야당 비판만 하는 정부ㆍ여당

사실은 지금 한나라당이 비판하는 민주당의 복지정책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명박 씨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들이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 때 한나라당은 노인들에게 '보편주의 기초연금'을 주자는 제안을 했었는데, 정부가 오히려 그것을 축소시켜 기초노령연금을 실시했다.

그러니 무차별적 '복지 포퓰리즘' 비난은 허깨비 놀음이다. 대통령은 지금 무상보육이 거의 실현되었다고 말하는데, 그건 아니다. 보육시설을 이용할 경우에만 지원된다는 점에서, 허점은 아직도 많다. 그리고 기초노령연금은 많아야 9만원 정도니 푼돈이다.

이 상황에서, 여당과 정부는 복지에 대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 아니다. 만일 한나라당이 보육비 지원정책을 바꿔, 조금 통 크게 나간다면? 그래서 소득하위 50%~70% 가정에게 양육수당을 제공한다면? 또 소득하위 노인에 대해서는 기초노령연금 수령액을 실질적으로 올린다면? 또 건강보험 영역에서도 의료비 부담이 심각한 중병 치료에 대해서 개선책을 내놓는다면? 재정 부담이 없지 않겠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그 정도 수준이라면 보수층도 설득할 수 있고, 중도층 다수의 동의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복지 의제를 선점하는 효과를 얻고, 민주당 쪽이 복지공세를 할 정치적 여지를 빼앗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일 것이다. 소모적인 복지논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다. 그런 적극적인 정책을 펴는 대신, 여당과 정부는 야당의 '복지 포퓰리즘'을 비난하기만 한다. 정치적으로 무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내세우는 '보편적 복지'에는 '포퓰리즘'이 전혀 없는 걸까? 나는 사안에 따라 진보적이거나 리버럴한 편이다. 어쨌든 한나라당 지지자는 아니며, 흔히 통용되는 정치적 이분법에 따르면 심지어 진보에 속한다. 진보라고 자칭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의 문제점을 입밖에 내지 않는 것과 달리, 나는 삐딱함을 무릅쓰고 말하고 싶다. 민주당이 내거는 '무상복지'와 '보편복지'에도 상당히 포퓰리즘 요인이 있다고.

복지가 중요 정책으로 떠오른 데에는 물론 민주당이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복지가 무조건 무상이고 보편적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보편적 기준'은 수정된 판이다. '무상의료'를 말하는 사람들은 개인당 건강보험료를 몇 만원 올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그건 아니다. 먼저 의료체제가 일정한 수준으로 공영화되어야 한다. 보험료만 올리는 것으로 건강보험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또 무조건 공적인 무상의료를 전면 실시하는 것이 정답도 아니다. 높은 수준의 의료보험체제를 갖춘 독일에선, 고소득자들은 아예 공적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민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증세 없는 무상복지 가능한가

이 점에서, 내용은 빈약하고 형식적으로만 '보편적인 복지'보다는,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더 돌아가게 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맞다. 그러나 기름값의 60% 정도가 세금일 정도로 조세체제가 왜곡되어 있으니, 증세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복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환상을 유포하는 것도 무책임하다. 비정규직 같은 여러 갈등이 복지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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