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김여진(37ㆍ사진)씨가 홍익대 본관 1층 로비에서 농성중인 홍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찾아가 함께 국을 끓여가며 저녁을 나눠 먹은 게 지난 17일로 벌써 네 번째. 임금 현실화를 요구하며 노조를 결성했던 이들은 대학 측이 이들을 고용한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해버리면서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들의 농성은 21일로 19일째이다.
"이 분들은 한달 75만원 월급에, 하루 300원씩의 점심값을 받으며 무려 11시간씩을 근무합니다. 쉴 곳도 마땅치 않아 일 끝나면 냄새 나는 몸으로 그냥 집으로 가야 합니다." 김씨가 이들을 돕기 시작한 것은 누구의 권유 때문이 아니었다.
트위터를 통해 청소노동자들의 사연을 접하고 그날로 이 곳을 찾았다고 한다. "대학시절(이화여대 독문과) 빈민촌 아이들에게 쭉 공부를 가르쳤습니다. 그러다 배우가 되고 나서는 사실 사회에 무관심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청소노동자 분들 사연을 읽고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김씨는 모든 책임을 용역업체에 떠넘기는 대학 측의 태도에 기분이 씁쓸하다고 했다. "교직원 한 명 나와보질 않아요. 그래도 매일같이 자신의 사무실을 쓸고 닦아주시던 분들인데 그렇게 하대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더욱이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말이죠."
그래서 김씨는 홍대 청소노동자들을 지원하는 트위터 모임인 '날라리외부세력'과 함께 후원금을 모아 '홍익대 총장님 같이 밥 한끼 먹읍시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21일자 한 일간지에 실었다. "일부러 총장님이 보실 것 같은 신문에 광고를 실었어요. 그래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실 것 같아서요." 광고에는 '홍익대라는 한 울타리에서 함께 일하는 식구라면. 따뜻한 밥 한 끼 같이 먹으며 이야기 나누면 해결 못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총장님, 같이 밥 한끼 먹읍시다'고 쓰여있다.
김씨는 얼마 전 농성장을 찾아온 홍대 총학생회장에게도 밥 한번 먹자고 했다. 총학생회장은 농성장 방문 전에 "학교가 투쟁현장이 되고,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해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총학생회장에게 밥 한끼 같이 먹자고 했더니 밥 공기 앞에 두고 계속 죄송하다는 말만 하더라고 전했다.
"사실 그 친구의 책임이 아니거든요. 대학에서조차 이윤추구를 목표로 삼게 하는 우리 사회,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닐까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으로 착각하고 살진 않았는지 저부터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김씨는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자신의 지원을 투쟁이나 운동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 부담스러워했다. "한번은 어떤 단체가 집회를 열고 민중가요를 부르던데 어머님들은 아무도 그 노래를 몰라 어리둥절해하시더라고요. 제가 올라가 트롯을 부르며 신나게 한판 놀았죠."
그래서 22일 김씨 등이 주도하는 청소노동자 돕기 자산바자회도 깃발은 내리고, 무료 진료, 타로점 등으로 채우기로 했다. "홍대 노동자분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따뜻한 말 한마디, 그러니깐 관심이거든요. 이게 커지면 연대가 되는 것이죠. 저도 그냥 가서 어슬렁거리려고요."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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