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버러 L. 로우드 지음ㆍ권기대 옮김
베가북스 발행ㆍ268쪽ㆍ1만5,000원
"아름다워지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들 말한다. 누군가 한겨울 칼바람에 허벅지가 퍼렇게 얼어도 미니스커트를 고집하거나 월급의 대부분을 외모 가꾸는데 쏟아 붓는다 해도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미모의 기준이 부당하게 정의되었다면, 나아가 그 왜곡된 이미지가 편견과 차별을 낳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 어떤가. 개탄만 하고 말 일인가.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 은 이런 물음을 던지며 현대사회에 만연한 이른바 루키즘(외모지상주의)의 내력과 폐해를 파헤치고, 극복 대안을 제시한다. 법 윤리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로우드 미국 스탠퍼드 교수는 방대한 데이터와 치밀한 논리를 동원해 주장을 펼치지만, 점잖게 타이르려 들거나 거칠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촌스러운 차림새로 종종 주변 사람들을 대경실색케 하고 옷장 검열이란 수모까지 당했던 스스로의 경험을 비롯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음직하고 더러는 쓴웃음을 짓게 하는 생생한 실례들을 풀어놓으며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워지고픈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지만, 인종, 연령, 문화 등의 차이를 무시한 채 서구 백인 중심으로 획일화한 오늘날 미의 기준이 '즐거움의 원천'이 되어야 할 외모를 '수치심의 원천'으로 만들고 있다. 이런 비극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이에 기반한 뷰티산업의 번창,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에의 유혹을 부추기는 미디어에 의해 갈수록 심화한다.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전세계적으로 외모 가꾸기에 투자되는 돈이 136조 8,500억원에 달하고, 미국인은 다이어트에만 47조 6,000억원을 쏟아붓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모에 대한 투자가 여느 소비처럼 지속적인 만족을 주지 못하는 탓에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에 갇히고 만다는 사실이다.
특히 여성들이 겪는 외모 스트레스는 가혹할 정도다. 나이듦이 죄악이 되기도 한다. 짙은 화장을 하고 나온 여성 정치인을 두고 한 칼럼니스트는 "엔간한 나이가 됐는데도 아등바등 붙어 있으려고 무진 애를 쓰는 그녀에게는 어딘지 굴욕적이고, 슬프고, 필사적이며, 보기에 민망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고 썼는데, 그녀의 나이는 불과 마흔 셋이었다. 이런 현실은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새라 페일린의 선거운동본부에서 정책전문가들을 제치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낳았다.
외모지상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차별이다. 외모로 인한 차별은 능력으로 평가받을 기회를 앗아가고, 자존감을 갉아먹고,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고, 계급과 인종, 성, 성적 취향 등 다른 사회적 불이익을 한층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는데, 외모 차별을 금지하거나 그릇된 루키즘을 키우는 과대광고를 막는 등 법과 정책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세상의 불의를 다 제거할 수는 없어도 틀림없이 조금 더 개선할 수 있다"거나 "그러자면 외모를 심미적 이슈로만이 아니라 법적, 정치적 이슈로 취급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외모지상주의를 넘어 외모맹신주의가 판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도 새겨 들을 만하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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