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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불온한 사상을 지닌 詩文의 천재…정조는 그를 어떻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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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불온한 사상을 지닌 詩文의 천재…정조는 그를 어떻게 했나

입력
2011.01.2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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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지음

푸른역사 발행ㆍ408쪽ㆍ1만6,500원

18세기 조선시대를 살았던 한 사내의 이야기다. 사내는 문인이자 화가였던 표암 강세황(姜世晃ㆍ1712~1791)의 후손으로 북인 명문가 출신이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태독으로 애꾸눈이 됐고, 종기가 심해 한쪽 다리를 쓸 수 없었다. 신체의 불구는 그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돋궜다. 겨우 12세에 왕(정조)의 부름을 받고 궁궐에 들어가 시를 지어 읊을 정도로 문학적 재능도 뛰어났다. 그런 그가 꿈을 꿨다. 조선왕조라는 정치권력을 뛰어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 당대 유교와 성리학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버릴 어떤 새로운 문명을 어렴풋이 그의 머릿속에 그렸다. 천주교도 접했다. 꿈은 위험했다. 왕은 꿈을 두려워했다. 당대 세간에는 예언서 <정감록> 이 사람들을 홀렸고, 천주교를 믿는 세력도 확대됐다. 사내가 꾼 꿈은 현실을 뒤엎을 힘이 있었지만, 그의 꿈은 피어보지도 못하고 짓밟혔다. 그는 역모죄로 옥중에서 33세 짧은 생을 마감했다.

사내는 역사의 한 귀퉁이에 묻혀있었던 불량선비 강이천(姜彛天ㆍ1768~1801)이다. 저자역사학자 백승종씨는 1791년 벌어졌던 '강이천 사건'을 중심으로 18세기 조선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들춰낸다. 저자는 조선시대 가장 똑똑했던 임금으로 추앙되는 정조에 대해 "조선왕조의 국시인 성리학 이념을 지키려 한 노회한 정략가였다"고 평한다. 책은 강이천을 비롯한 일군의 지식인들과 정조 사이에 벌어진 문화투쟁에 주목한다. 당대 주류문화인 성리학을 지키고자 했던 정조와 비주류 문화였던 천주교 등 새로운 문명의 충돌과 대립을 강이천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풀었다.

저자는 또 강이천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당대 정조가 펼쳤던 문체반정(文體反正)이 조선지배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한다. 문체반정은 정조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와 같은 참신한 문장에 대해 그것이 잡문이라고 규정하고 글씨체마저 통제한 것을 일컫는다. 이 때문에 조선지배층은 더욱 보수화됐고, 조선 지식인 사회에서 싹트던 새로운 기류와 변화의 싹을 자른 것이라 저자는 설명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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