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19일(현지시간) 미중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인권과 관련해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미국은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중국 지도자가 해외에서 (인권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솔직히 인정한 사실이 있는지 여러분 모두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역대 중국 최고지도자 중 후 주석이 처음으로 인권 문제를 인정했다는 것으로, 커다란 진전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기브스 대변인은 이어 "국제사회가 들은 그대로 후 주석은 인권 문제에 대해 중국이 더 잘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세계에 밝힌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향후 중국이 취할 조치와 개선되는 사항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의 바람대로 국제사회가 중국 인권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기까지는 예상보다 오래 걸릴 전망이다. 중국은 자국 최고 지도자가 해외에서 인권 개선을 약속하는 동안 안에서는 보도를 막는 이중적인 행태를 취했다. 중국 외무성은 중국 주요 언론에 후 주석의 발언을 "너무 강조하지 않도록" 하라며 보도자제를 요구했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언론보도 참고 내부자료'라는 제목의 이 문서는 정상회담 직후 중국 주요 언론 각사에 보내졌다. A4지 7쪽에 걸친 문서에는 공동성명 각 항목에 대한 설명과 보도해야 할 부분에 대한 지시가 담긴 것은 물론 "성과만 적극 보도해 여론을 올바르게 유도하도록" 요구하며 "지시를 엄격하게 지켜 보도에 임할 것" 등의 주의사항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주요 언론은 20일 후 주석의 인권 관련 발언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회견 TV 중계는 없었고 국영 신화사통신도 해외용 영문기사로 이 내용을 전했을 뿐 중국어 기사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방송된 NHK의 이날 밤 뉴스도 인권 발언 부분이 차단됐다. 영국 BBC의 중계방송은 인권 발언 부분이 통편집돼 새까만 공백으로 내보내졌다. 아사히신문은 후 주석의 발언이 중국 내에서 파문을 일으켜 극단적인 민주화운동 등으로 이어질 것을 경계한 조치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결국 국제사회는 엄청난 환대를 받은 후 주석의 '립 서비스'에 미국이 고무된, 동상이몽의 현장만 확인한 셈이다.
도쿄= 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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