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보 지음ㆍ김지은 옮김
지식갤러리 발행ㆍ420쪽ㆍ1만8,000원
지난 30여년 중국의 성장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1990년 3,903억 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5조8,790억달러를 기록하며 10배 이상 뛰었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제정치적 영향력과 군사력도 거세졌다.
이 책은 뜨겁게 달궈진 중국 예찬론에 찬물을 냅다 끼얹는다. 저자는 '중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ㆍ56). 그는 "중국 경제가 표면적으로는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은 발전을 이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편향적이고 천박할 뿐이며 양적 확대만 중요시하고 질적 향상은 뒷전이었다"고 고언을 내뱉는다.
류샤오보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이후 줄기차게 중국의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해왔다. 책은 그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08년까지 20년간 걸쳐 인터넷과 잡지에 쓴 글을 모은 것이다. 그는 2008년 말 중국의 일당독재 철폐와 정치개혁을 요구한 '08헌장'서명을 주도한 혐의(국가권력 전복 선동죄)로 지난해 12월 징역 11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책은 1~4장까지 현재 중국의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고, 중국인 스스로가 독재체재에 맞서 스스로 권리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일깨운다. 마지막 5장에서는 민주화에 대한 그의 열정이 담긴 자작시가 실렸다.
류샤오보는 톈안먼 민주화운동를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를 넘나들며 중국의 정치와 경제, 사회에 대해 쓴소리를 토해낸다. 첫 장 '포스트 전체주의 의식에 대한 조망'에서는 중국인이 현 체제에 대해 불만과 조롱을 퍼부으면서도 특권의식과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정신과 정의를 잃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현재 중국인들은 겉으로는 영웅행세를 하지만 실제로는 한 치의 도덕적 양심도 없는 겁쟁이들이다"고 평했다.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판은 더없이 신랄하다. 류샤오보는 토지국유화, 불법 벽돌공장 강제 노동착취사건, 여중생이 성폭행 당한 뒤 살해 유기된 웡안(翁安)사건 등을 거론하며 중국 정부의 횡포와 기만을 고발한다. 그는 "웡안 사건 당시 공안당국은 언론을 과도하게 검열하고 정보를 통제했다"며 "하지만 정부의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한 인터넷을 통해 관련 소식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관료의 횡포와 기만적인 행동으로 억눌렸던 민중의 분노가 이 사건을 도화선으로 폭발하게 됐다"고 썼다.
독재체제는 중국 문화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시장화, 세계화가 중국인의 인간성을 파괴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중국의 독재체제 자체가 이미 비인간화, 부도덕화됐다는 사실을 먼저 자각해야 한다고 했다. 마오쩌둥 시대를 거치며 도덕성과 인간성이 피폐해졌고, 그 결과 중국 사회가 '영혼이 없는 사회'가 돼버렸다는 것.
저자의 쓰디쓴 비판은 중국사회에 대한 냉소이기보다 뜨거운 애정에 가깝다. 중국 인민의 억눌린 주권과 인간성을 되찾아주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실된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는 인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을 활용하고, 이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점진적인 변화로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고 호소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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