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핵화 문제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외교통상부를 주축으로 하는 별도의 '비핵화 고위급 대화'를 제의할 방침이어서 회담의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북한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화 공세를 펴고 있는 상황이므로 비핵화 회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6자회담 복귀를 위해선 선결조건인 남북 대화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를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은 비핵화 회담 문제가 북한이 제의한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또 우리 정부는 6자회담 경제ㆍ에너지 지원 실무그룹 의장국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6자회담에 앞서 경제 지원과 관련한 탐색전을 펼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핵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용 카드로 인식해온데다 그동안 미국이 참여하는 6자회담에서 논의해왔기 때문에 우리측의 제의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또 북한이 21일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모든 군사적 현안들'을 해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군사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면 된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비핵화 회담이 열릴 경우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기 보다는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동시에 확실한 안전보장과 국제지원을 받는 일괄타결 방식인 '그랜드바겐'을 수용할지 여부와 이에 따른 쌀 지원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 등을 회담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우려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이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UEP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한 뒤 6자회담에서 다뤄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팀 복귀와 2005년 9ㆍ19 공동성명 이행 확약 방안 등도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북한의 비핵화 회담에서 구체적 타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견지'라는 원론적 차원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남북대화에 나섰다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선에서 끝낼 가능성이 높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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