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배경과 이유는 무엇일까. 군사회담을 제안한 것은 우리 정부가 원하는 의제인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다룰 수 있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야 남북 회담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회담 추진을 서두르는 이유는 경제적 지원을 얻으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또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 전후로 북한을 향해 남북대화에 적극 임하라고 압박을 가했을 가능성도 높다.
북한의 최근 사정을 보면 군사회담 제의가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북한은 지난해 중요한 에너지 자원인 석탄 400여만톤을 중국으로 수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우리의 ‘5ㆍ24 조치’ 이후 부족해진 외화를 벌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연료 부족 현상이 발생해 오히려 에너지난까지 겹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듯 북한은 최근 신년 공동사설에서 주민생활 향상과 경공업 등 경제분야의 중요성을 역설한데 이어‘국가경제개발 10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등 어느 때보다 경제회복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선군후경(先軍後經)’을 강조하던 입장에서‘선경후군’으로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북한의 이번 회담 제의도 궁극적으로는 경제회복이라는 당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압박도 북한의 회담 제의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군 재배치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북 압박을 촉구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이같은 맥락이다. 또 일부 대북 소식통을 통해 중국이 최근 단둥과 신의주에 연결된 송유관을 통한 석유 공급을 중단했다는 소문이 전해지고 있는 것도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중국은 이미 2003년 미중북 3자회담에 반대하는 북한에 이러한 압박 카드를 사용한 적이 있다. 정 위원은 “최근 속도를 내는 북중 경협 사업들을 위해서는 대외적 긴장이 완화돼야 한다는 중국의 요구가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에 맞춰 발빠른 대응으로 중국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교감을 가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북한의 의도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한 대북전문가는 “이번에 북한이 제의한 회담에서는 경제 분야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과 협력 등의 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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