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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순신, 꿈속을 걸어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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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순신, 꿈속을 걸어 나오다'

입력
2011.01.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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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평 지음

이매진 발행ㆍ366쪽ㆍ1만4,000원

"1594년 2월5일 맑음. 새벽꿈에 좋은 말을 타고 곧바로 바위가 첩첩인 큰 산마루로 올라가니 아름다운 산봉우리들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뻗어 있었다. 또 산봉우리 위에 평평한 곳이 있어 앉을 자리를 잡으려고 하다가 깨었다. 무슨 징조인지 모르겠다. 또 어떤 미인이 홀로 앉아서 손짓을 했지만 나는 소매를 뿌리치고 응하지 않았다. 우스운 꿈이었다."

<난중일기> 에는 이 대목을 비롯해 이순신이 꾼 40개의 꿈 이야기가 나온다. 또 조카 이분이 쓴 이순신의 첫 번째 전기 <행록> 에는 5개의 꿈이 기록돼 있다. 이순신은 스스로 꿈을 풀이하기도 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기도 했다. 이순신은 또 척자점(擲字占)이라는 점을 치기도 했다. <난중일기> 에는 17회, <행록> 에는 1회 이순신이 친 점 이야기가 나온다.

출판인 박종평씨가 쓴 <이순신, 꿈속을 걸어 나오다> 는 이순신이 꾼 꿈과 친 점을 통해 영웅적 면모에 가려진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와 잠재의식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첫머리에 인용한 꿈을 이순신의 은폐된 정치적 욕망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꿈에서 '말'은 '산'과 함께 올라가야 할 대상이며 직위, 남성적 힘, 기관과 단체 등을 상징한다. 말을 '탔다'거나 산 정상에 '올랐다'는 것은 권력을 얻거나 직위가 높아지고 싶은 욕망이나 이를 이룬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난중일기> 에서 꿈 기록은 평균 40일에 1회 정도로 나타난다. 꿈이 많이 기록된 해는 1597년과 1594년으로 각각 18회와 10회다. 1597년은 백의종군, 원균의 칠천량 패전, 어머니와 아들의 죽음 등이 일어난 해로 비극적인 사건들과 관련된 꿈이 많았다. 삼도수군통제사로 최고의 자리에 있었고 강화회담으로 전투가 거의 없었던 1594년 2월부터 1595년 2월까지는 붉고 푸른 용이 화룡이 되는 등의 상징적인 꿈을 많이 꾸었다.

"1597년 11월 8일. 맑음. 꿈에 물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았다. 이날은 따뜻하고 바람도 없었다. 새방의 벽에 흙을 발랐다. 이지화 부자가 와서 만났다." 이 꿈은 <난중일기> 에 기록된 이순신의 마지막 꿈이다. 이순신은 이 꿈을 꾸고 나서 1년 11일 뒤 노량 앞바다에서 숨진다. 조선의 호국룡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상징하는 꿈이었을까.

저자는 이외에 벽화가 된 용을 혼자 감상하는 용꿈, 화살을 멀리 쏘고 삿갓을 발로 차서 부수는 꿈, 아들을 얻는 꿈, 한쪽 눈이 먼 말이 나오는 꿈, 영의정과 대화하는 꿈 등에서 이순신의 출세욕과 욕망, 분노와 불안의 심리 등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이순신은 또 척자점을 쳐서 아내와 아들, 자신을 후원했던 유성룡의 병세를 판단하기도 하고 전투의 승패와 스스로의 운명을 가늠해보기도 했다. 척자점은 네 면에 각각 1,2,3,4를 새긴 나무 막대인 윤목을 던져 괘를 만들고, 이를 해석해 길흉을 확인하는 점이다. 저자는 이순신 시대에 유행했던 척자점의 원형을 간직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서 <소강척자점(邵康擲字占)> 을 발굴해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해석이 자의적일 수 있지만 이순신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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