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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유럽 재정위기, 스페인도 덮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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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유럽 재정위기, 스페인도 덮칠까

입력
2011.01.2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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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드리드 투우사, 달려오는 뇌관 '은행 부실'을 제압하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중심가인 시벨리스 광장 주변의 알칼라 거리에는 1891년 건축된 육중하고 장엄한 스페인 중앙은행 본부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이 시벨리스 광장은 두 차례 시민들로 가득 메워졌다. 7월 11일 스페인이 네덜란드를 누르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는 감격과 환호가 넘쳐났다면, 9월 29일 정부의 재정긴축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벌였을 때는 고통과 분노의 목소리가 높았다.

새해 벽두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지난해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이 유럽연합(EU) 및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우산 아래 들어가는 것을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그 다음 재정위기 전염국의 후보로 스페인을 지목하기에 여념이 없다. 스페인 국채(10년물) 금리가 여전히 5% 중반에 머물러 있고 같은 만기의 독일 국채 금리와의 격차가 2%포인트를 웃도는 실정이다.

우리가 스페인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유로지역 재정위기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에까지 이른다면 이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경제규모는 앞선 세 나라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크다. 그래서 스페인까지 위기가 확산된다면 현재의 대응책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too big to bail)는 평가도 있다.

소위 PIGS라고 불리는 유로지역 재정 취약국 중 그리스는 방만한 정부재정지출, 아일랜드는 부동산 버블 붕괴와 은행부실, 포르투갈은 누적된 성장부진과 경쟁력 약화에 따라 재정이 취약해졌다. 반면 스페인의 취약성은 금융위기 발생 이후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과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세수감소로 2009년 중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1.2%까지 확대되었다는 것과 저축은행의 잠재적 부실 가능성에 있다.

이러한 재정문제에 대한 스페인 정부의 정책 대응은 다른 재정취약국에 비해서 대체로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공무원 임금 삭감 등 강력한 긴축재정을 추진하여 지난해 계획을 초과 달성한 데 이어 2013년까지 GDP 3% 이내의 재정적자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더욱이 정부부채의 이자상환 부담이 그리스, 포르투갈은 물론 유로평균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스페인 정부가 지급불능 상황에 이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제는 은행 부문이다. 스페인 은행부문의 상황은 당분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부문의 조정이 진행 중이고 공식적인 부동산 통계보다 실제 가격하락이 더 크다는 평가도 있으며 경기회복세 미약과 높은 실업률 등으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실여신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에서도 대손충당금 적립 증가, 고금리 예금유치 경쟁에 따른 이자마진 하락 등 악화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높은 자금조달 비용과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유동성 의존도 당분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더블딥과 같은 대규모 거시경제적 충격이 없는 한 현재의 어려움을 스페인 은행부문이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선 부실 자산이 증가하고 있지만 스페인 중앙은행의 강력한 감독정책에 따라 전체적으로 견실한 자본 및 충당금을 적립해 왔다.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제약하던 법률적 제약이 법 개정으로 해소되면서 외부자본을 통한 자본확충이 가능해진 것도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할 것이다. 시장에서 추정하고 있는 자본 조달 필요 규모도 스페인의 경제규모로 볼 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산탄데르 은행과 BBVA와 같은 대형 은행들이 지역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바탕으로 건실한 상황인 것도 아일랜드와는 다른 점이다.

스페인의 자체적인 재정긴축이나 구조조정이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유로지역이 재정위기 해결에 결속력을 보이고 유로지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들어설 때까지 시장 분위기를 파고드는 투기세력의 흔들기 시도도 지속될 것이다.

임철재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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