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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 中의 성장… 美는 막지 말고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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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 中의 성장… 美는 막지 말고 즐겨라

입력
2011.01.2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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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스타인펠트 지음ㆍ구계원 옮김

에쎄 발행ㆍ448쪽ㆍ1만9,800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3박4일간의 일정으로 방미하자 미국 정부는 최고수준의 의전을 갖췄다. 세계의 이목이 다시 한번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후 주석이 도착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 내외가 영접을 나왔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 연속 후 주석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대접했다.

중국과 미국 관계의 변화, 혹은 세계 정치ㆍ경제에서 중국의 부상에 주목하는 서구의 시선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서구가 오래동안 유지했던 세계의 정치적 패권마저 뺏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시장경제체제와 공산 정치체제를 가진 절름발이 중국이 세계라는 기차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모르는 난폭한 기관사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중국 위협론'은 국내총생산(GDP)기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통계 등으로 뒷받침되며 나날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위협론'의 관점을 뒤집는 책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MIT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MIT의 중국 연구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인 에드워드 S. 스타인펠트가 지은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에쎄 펴냄)> 가 그것이다. 스타인펠트 교수는 "중국은 세계화를 통해 결국에는 미국 중심의 질서에 편입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서구를 위협할 수 없다"며 중국의 성장이 오히려 미국에 이익이 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책은 지난 20년간 중국의 변화가 서구의 생각보다 훨씬 깊숙하고 광범위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실례로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에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없어 모든 계층이 국가에서 관할하는 직업단위 목록 중 하나에 배치됐다. 부유층에 속한 대학생일지라도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전공학과 사무실이었다. 지금은 고향이 아닌 곳에서 취업할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 외에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된다.

'벽(세포)안의 삶'이라고 명명한 과거 중국인의 삶에 진정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텐안문 사건(1989년) 직후의 10여년이라는 분석이 독특하다. 학계가 일반적으로 1978년 12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선포를 그 기점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 오늘날 중국의 모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텐안문 사태 이후 10여 년 동안 일어난 정치, 사회, 경제의 변화라고 설명한다. 신기술(인터넷, 이메일, 휴대전화 등), 새로운 시장(중국, 인도, 브라질 등), 규제철폐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등장 등이 그 예다.

아웃소싱(외주) 도입을 중국의 변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건으로 분석한 것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책은 1990년대 중국이 신발, 섬유, 의류 등의 산업에서 아웃소싱을 도맡으면서 글로벌 생산 시스템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로써 중국이 원하든 원치 않든 규칙을 정의하는 권한을 글로벌시스템에 맡기게 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구 기업들의 아웃소싱을 도맡은 중국은 생산과정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정한 국제규칙을 통째로 수입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결국에는 자국 통화와 외환을 관리하는 주도권을 외부에 넘긴 결과를 가져왔다고 책은 주장한다.

중국은 글로벌 생산에 참여하면서 재산법, 계약법 등의 국내법을 바꾸지는 않았지만 노동시장, 주택시장, 의료서비스 등에서 글로벌 생산기준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국민의 삶의 질에도 자연스러운 변화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중국 내에는 다른 국가에 아웃소싱을 뺏기지 않기 위해 제도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텐안문 사태 3년 후인 1992년 후반 제14회 공산당대회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구축을 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로 천명한 것은 이런 요구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서구세계의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아웃소싱에서 비롯된 변화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 지향도 변화시켰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지난 20년간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중국 정부는 정치적 원칙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왔다. 이런 모든 문제에서 중국 지도부는 진보의 길을 선택했다.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주사위를 던지고 끊임없이 판돈을 굴렸다."(87, 88쪽)

저자는 중국이 정치와 경제가 분리된 절름발이 국가라는 관점을 버리라고 권한다. 중국 정부는 시대를 풍미한 다른 독재정권과 마찬가지로 권력 유지를 목표로 조직적으로 움직여왔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앞으로도 한때 반대했던 서구식 제도와 개념, 인재를 수용할 것이다. 이는 서구에게 실이 아닌 득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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