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후진타오(湖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군 재배치까지 거론하며 중국의 대북 압박을 촉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의 손을 빌리겠다는 압박용 발언인 동시에 국제질서 패권 라이벌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NYT는 미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백악관 비공식 만찬 때 후 주석에게 '만약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지 않으면 아시아 미군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의 미군 재배치 언급이 지난달 후 주석과의 전화 통화에 이어 2번째라고 설명했다.
NYT는 또 "비공식 만찬 자리에선 북한 문제가 주로 거론됐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우라늄농축 시설, 플루토늄 핵폭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의 안보에 대한 세 갈래(three-pronged) 직접적 위협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나서지 않으면 미군 재배치, 방어적 자세 변화, 동북아시아에서의 군사훈련 강화 등 장기적인 조치까지 취하겠다. 미국 영토에 대한 북한의 잠재적 타격 가능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겠다"고 중국을 압박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미군 재배치 압박은 아시아에서 북한 및 중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최소한의 '군사적 조치'를 감행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아시아에 주한미군 2만8,500명을 비롯해 6만여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여기에 미군을 추가 배치한다면 지역의 군사력 균형추는 미국 쪽으로 기울게 된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 이후에도 북한을 감싸온 중국에 대해선 가장 고단위의 처방이라고 할 수도 있다.
NYT는 "(압박의 결과로) 남북대화 재개의 문이 열렸다"며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미군 재배치 언급에는 또 급팽창하는 중국의 군사력 자체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이후 미중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특히 중국이 준비 중인 지상 발사 대함탄도미사일(ASBM), 스텔스 전투기 젠-20, 항공모함 등은 미국에 위협이 됐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지난해 11월 "아시아 주둔 미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서태평양, 특히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인근은 미중 양국의 핵심 이익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래서 미국은 향후 태평양사령부에 3~4개 항모전단을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이미 군사력 증강에 나선 상태다. 미국은 또 인도양, 남중국해, 일본으로 이어지는 U자형 중국 포위망 구축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미군 재배치 발언도 실체가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지금 당장은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해도 중국의 반발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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