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이 20일(현지시간)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했다. 2001년부터 10년간 구글을 이끌었던 에릭 슈미트(55)가 일선에서 물러나는 대신 공동 창업주 래리 페이지(38)를 새로운 CEO로 선임한 것이다.
구글은 래리 페이지가 4월부터 CEO로서 경영 전반을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 CEO인 에릭 슈미트는 회장으로 고객 관리와 대외 업무 등을 담당하지만 사실상 경영에서는 손을 뗐다.
구글은 왜 경영진 교체라는 처방을 내렸을까. 앞서 17일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56)는 지병 치료를 목적으로 무기한 병가를 냈다. 2선 후퇴는 없다는 점을 밝혔는데도 그의 병가 소식에 애플 주가는 금세 요동쳤다. 1997년 부도 직전의 애플을 정상 궤도에 올려 놓은 잡스의 절대적 영향력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슈미트도 잡스 못지않게 구글을 키워낸 일등 공신이었다. 가능성만 많았던 IT 신생기업 구글은 슈미트의 조련 아래 연 매출 250억달러를 넘보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구글은 이날 함께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도 25억4,0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성장세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구글은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전격 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급성장이 구글의 위기를 증폭시켰다고 분석했다. 페이스북이 최근 소셜미디어 분야를 휩쓸며 구글이 독주했던 온라인 광고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초심을 상실했다는 점도 구글이 안고 있는 숙제다. 구글은 창업 초기만 해도 ‘악마가 되지 말자(Don’t be evil)’는 구호를 모토로 삼을 만큼 이윤보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슈미트 체제 하의 구글은 어느덧 사생활 침해의 대명사가 돼 버렸다. 미 허핑턴포스트는 “구글은 전 세계에서 불법으로 개인 정보를 가장 많이 수집하는 기업”이라며 “악마가 되지 말자는 구호는 이제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선택은 결국 래리 페이지였다. 안정적인 성장보다 20대에 구글을 창업한 그의 모험정신과 패기를 다시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페이지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경영목표는 구글에 창업 당시의 발랄함과 열정, 속도를 불어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자신의 모습을 빼 닮은 마크 주커버그(페이스북 창업주)와의 한 판 승부를 예고한 셈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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