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요즘 읽는 책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모임' 작품집 <박순미 미용실> ." 박순미>
_왜 이 책을?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꿈꾸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과연, 어떤 세상이'더 나은' 것인지 어린이들과 더불어 고민해 본 어른이 얼마나 있을까? 아니, 대체 우리가 아이들과 더불어 지향해야 할 '더 나은 세상'이란 어떤 것일까? 그런 고민으로부터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이 만들어졌고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때론 저마다의 책상 앞에 웅크리고 앉아 고민했던 시간들이 한 권의 작품집으로 탄생했다. 미더운 고민과 아릿한 통증 그리고 따스한 마음으로 우리 시대의 평화를 고민하는 책이다. <박순미 미용실> 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다." 박순미>
_이 책의 좋은 점은?
"여덟 명의 작가가 모여 그만큼 다채로운 이야기를 저마다의 빛깔로 그려내고 있다. 도시 재개발로 상처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미묘한 갈등관계에 놓여 있는 섬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버마 아저씨의 아픔을 지켜보는 소년은 자꾸만 미국에 돈 벌러 간 아빠의 편지를 떠올리고, 유년기의 상처를 더듬어 다시 만나게 된 한국과 일본의 두 노인의 현재와 과거는 식민지와 전쟁의 아픔을 거짓없이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_인상적인 대목이나 구절은.
"'낮은 돌계단에 벚꽃 문양이 돋을새김되어 있다. 다이쇼 12년 00야마 이치로. 벚꽃문양은 가문의 표시이다. 이건 누군가의 무덤에 세워진 비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집 문간의 돌계단이 되어 있다. 문패에는 김상석 이름이 한자로 씌어 있다.(중략) 오래 전 일본인 무덤에 쓰였던 그 돌들이 집 짓는 재료로 쓰인 것이다'라는 구절이다. 수록작중 안미란씨의 단편동화 '돌계단 위의 꽃잎'의 일부로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어느 마을에서는 일본인 무덤에 쓰였던 돌들을 집 짓는 재료로 썼다는 얘기다. 대개 식민지 시대를 떠올리며 일본인과 조선인이라는, 민족적 구분을 대립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 단편에서는 좀 다른 시선이 느껴진다. 식민지의 가해자로 내몰렸던 가난하고 힘없는 일본인들, 전쟁의 피해자로 내몰렸던 우리 땅의 사람들…. 그들은 위정자들에 의해 역사의 고통으로 내몰렸다는 점에서 모두 피해자라 보고 있다. 그런 시선으로 따스하게 또한 아프게, 우리 역사의 또 다른 얼굴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 같다."
_추천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길을 잘못 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면 우리 아이들을 벼랑으로 내달리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을 느끼셨다면 아이들과 더불어 이 책을 펼쳐 보길 권한다."
<박순미 미용실> 은 강무지, 김남중씨 등 현실비판적인 작가 8명들의 작품집. 재개발, 이주노동자, 환경과 개발 등 현실문제를 핍진하게 그려낸 동화와 만화들을 엮었다. 한겨레 아이들ㆍ184쪽ㆍ9,000원. 박순미>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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