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청해부대가 21일 삼호주얼리호의 선원들을 모두 무사히 구출한 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을 교란하고 군의 작전을 도운 석해균(58) 선장의 역할이 컸다.
석 선장은 무엇보다도 항해시간을 최대한 늘렸다. 일분일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군이 구출작전의 최적기를 판단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다. 실제 삼호주얼리호는 18일 소말리아 연안에서 1,400㎞ 떨어진 해역에 있었는데 19일에는 1,600㎞로 거리가 오히려 더 멀어졌다. 배가 곧장 소말리아 방향인 남서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북쪽으로 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돌아내려오며 이리저리 항로를 바꿨기 때문이다. 삼호주얼리호와 같은 대형선박의 경우 선장이 실시간으로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에 목적지와 항로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운항하기 때문에 배가 빙 돌아가도록 중간경로를 복잡하게 설정해 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또 청해부대의 1차 구출작전이 벌어지자 “조타실에 이상이 있다”며 해적을 속이고 대담하게 배를 세우기도 했다. 이날 작전 종료 후 브리핑에서 군 당국도 “해적들이 한시라도 빨리 연안으로 가려고 했지만 선장이 지그재그로 변침(방향전환)을 하고 또한 여러 가지 기지를 발휘해 지연시키면서 작전을 수행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석 선장은 이 외에 해적들이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에서도 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해 피랍 선박 내부의 상황과 해적들의 위치 등을 수시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안에서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선원이었기 때문에 그의 정보는 군이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작전을 전개하는데 결정적이었다.
군 관계자는 “석 선장은 해적의 명령에 따라 영어로 한국에 있는 삼호해운 본사와 통화를 하면서도 중간중간에 우리말로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며 “감시가 심해 구출작전 초기에 빠져나가지 못하고 해적들의 총탄에 맞아 부상당했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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