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많이 사랑하며 가능하면 빨리 일선에 복귀하기를 희망한다.”
‘마틴루터킹데이’ 휴일로 미국 주식시장이 휴장이었던 지난 17일 아침(현지시간). 사내 직원들에게 전송된 한 통의 이메일이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이메일 발신자는 다름 아닌 세계 최대 가치를 자랑하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사진). 그는 이메일에서 “애플의 CEO 직무는 계속해서 수행할 것이고 회사의 주요한 전략적 결정에는 계속 관여할 것”이라며 병가 이후의 행보에 대해 밝혔지만, 구체적인 병명과 복귀 시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와 주식시장에선 잡스의 병가와 관련, 애플의 미래와 주가 동향 등을 분석하기에 바빴고 의학 전문가들을 동원해 그의 몸 상태에 대한 갖가지 추측들을 쏟아내고 있다.
애플의 경쟁사 역시, 그의 복귀 여부와 시점을 놓고 손익 계산서를 따지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아무리 애플의 CEO라지만 그의 병가에 이렇게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1955년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지나칠 정도의 완벽주의와 강력한 카리스마로 애플을 부도 위기(1997년)에서 건져낸 데 이어, 차별화 된 제품으로 수많은 마니아들을 확보하며 세계 최고 기업으로 올려 놓은 인물. 대박 상품으로 꼽히는 애플 컴퓨터(PC)와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모두 그의 머리 속에서 그려졌다. 스티브 잡스를 빼놓고 애플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티븐 베이커 NPD(시장조사업체) 산업분석 수석부사장은 잡스의 병가 소식이 알려진 직후, “그는 카리스마와 예지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예상치를 뛰어 넘은 실적(2010년4분기 매출 267억4,000만달러, 순이익 60억달러)을 발표한 애플은 여전히 외형적으론 순항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선장을 잃어버린 애플호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상당히 불안하기만 하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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