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中日 전문가 진단
"6자 재개 관련 오해의 여지 남겨"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연구소 선임연구원
오바마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광범위한 공통의 목표를 위해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국의 정책적 차이를 외면했다. 후 주석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내놓지 않았는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역할을 애써 평가했다. 가령 중국은 지난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을 일으킨 북한의 무력 도발을 비판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대응을 약화시켰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북한의 우라늄농축 핵개발을 제재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양국은 북핵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도 "필요한 조치들을 촉구했다"며 두루뭉술 넘어가 향후 다른 해석을 낳을 여지를 남겼다. 중국은 전제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핵협상 조기 재개 쪽에, 미국은 핵시설 폐쇄 등 북한의 선(先) 비핵화 이행을 필요한 조치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
"北 우라늄 개발 우려 표명 긍정적"
● 앨런 롬버그 스팀슨연구소 선임연구위원
19일 미중 정상이 내놓은 공동성명은 일단 2005년 북한의 검증 가능한 핵 폐기를 강조한 9ㆍ19공동성명 정신과 유엔 안보리 결의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우라늄농축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북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일정부분 평가할 만하다.
미국은 정상회담 합의문에서 한국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한미 공조의 틀을 유지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미중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천안함 사태 이후 한미 양국이 일관되게 견지해 온 대북 정책의 핵심이다. 다만 북한을 대하는 한중의 시각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데도 명시적으로 이를 해결할 명확한 해법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큰 아쉬움이다.
"한국도 결국 대화의 길로 나설 것"
●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적어도 향후 10년간 양국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공동성명에서 강조했듯 미국이 중국의 발전과 역할 증대를 환영하고 중국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을 긍정함으로써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특히 아태지역에서 미중이 협력적 질서를 구축한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훈풍에 해당한다. 미중이 앞으로 동북아에서 불안정 변수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와 안정에 상수로 작용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미중이 이번 에 북핵 9ㆍ19공동성명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이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중은 조만간 남북한에 대화를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연초부터 대화를 먼저 제의한 상황에서 이제 한국의 선택이 남았으며 결국 한국도 대화의 길에 나설 것이다.
"상호간 아태 건설적 역할 인정"
● 진찬룽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상징성이 크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주체인 미국과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사이의 상호 포용을 부각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중 간에는 여러 마찰이 있었다. 서로 상대를 억제하려는 상황 속에서 전략적 상호 신뢰를 증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상호존중의 원칙을 바탕으로 정치ㆍ경제적 힘을 키우고 아태 지역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는 것을 서로 인정한 것은 양국 간 정치적 신뢰를 쌓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이번에도 위안화 절상이나 대만 무기판매 등 각론에서는 의미 있는 의견접근이 쉽지 않았지만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언급했듯 향후 10년 미중 양국이 높은 곳에서 멀리 바라보는 등고망원(登高望遠)을 추구하되 차이점은 남겨두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을 계승발전 시키는 초석을 다졌다. 성과를 높이 평가할 만 하다.
"한미일-북중러 구도 변화 가능성"
●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가장 큰 틀에서 볼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중이 관계를 복원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난해 중국은 한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인도 등과 갈등을 일으키며 민족주의적 행태를 보였는데, 그게 실패했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래서 이번 회담은 양국이 외교 정상화를 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이런 측면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은 긍정적인 쪽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미일_북중러의 편가르기식 신냉전적 기류가 바뀔 것이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으로선 이번 회담을 통해 외교적 지렛대를 갖게 됐다. 남북대화 줄다리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유리한 환경이다. 이번 회담에서 미중이 구체적인 합의까지 이뤄내지 못했다고 과소평가할 일은 아니다. 원래 정상회담이란 세세한 사안까지 논의하지 않고 원칙을 확인하는 차원에 머물게 마련이다.
"남북대화 촉구 등 의견 일치 성과"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미국과 중국이 6자회담과 남북대화를 촉구하는 데 의견 일치를 이뤄낸 것은 큰 틀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다만 각론에서 양국이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고 공동성명을 완성했다고 보긴 힘들 것 같다. 미중이 서로의 입장을 적절히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공동성명은 한_미와 북_중의 서로 다른 입장이 뭉뚱그려져 섞여 있는 상태에서 미중 간 많은 대화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남북대화를 촉구하고 6자회담 재개를 언급하고 있어 앞으로 남북대화 분위기를 모색하는 데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본다. 특히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함께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어 이 문제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UEP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 행보를 예상해 본다.
"한반도 안정 목표는 일치, 방법엔 이견"
● 히라이와 ??지 간사이가쿠인대 교수
미국과 중국은 2009년 하반기부터 좋지 못했던 양국 관계 회복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의 '긍정적인 관계'를 다시 지적한 것은 긴장된 양국 관계 회복이라는 회담의 대전제를 달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인권문제 개선을 요구하지만 한편에서 양국 경제관계는 갈수록 심화해 가고 있다. 인권문제 등에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중국의 자세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당장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지 아니면 경제관계를 중심으로 교류를 확대해가면서 중장기적으로 접근할지를 고민할 것이다. 북한문제에 대해 미중은 한반도의 최종적인 평화와 안정이라는 목표에는 일치하지만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다. 그 의견 차이가 여전하기 때문에 회담에서는 최종 목표를 거듭 분명히 하는 선에서 정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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