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체벌, 학생들에게 물었더니…"간접 흡연도 해롭잖아요" 반대 33%
"어떤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을 협박까지 하는데, 감정만 안 섞인다면 적정수준 체벌은 필요하지 않나요?"(강태우ㆍ장훈고 1)
"간접흡연은 몸에 안 해롭나요? 간접체벌과 직접체벌은 결국 같은 고통을 주는데 둘 다 금지해야죠."(곽건호ㆍ용곡중 2)
간접체벌 허용을 둘러싼 교육계의 논란 속에 당사자인 학생들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간접체벌로 교사들이 면학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는가 하면, 학생 통제와 억압만 강화할 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과연 체벌금지가 교실을 어지럽히고 있나, 간접체벌과 직접체벌은 다른가, 간접체벌이 말썽쟁이들에게 통할까.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체벌금지가 교실을 망가뜨렸나
"선생님이 화를 내거나 매를 손에 들려고 하면 학생들은'촬영할거에요'라며 카메라를 꺼내요. 선생님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이런 협박을 하는 거에요."
강태우(16)군은 본인이 교실에서 겪은 일을 털어놓으며 "간접 수준의 체벌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태우군은 "전반적인 분위기가 흐트러져서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조용히 있는 다수의 학생들"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우신초 6학년 박시연(12)양도 "교실에서 선생님에게 '자기가 뭔데 그래'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있어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걱정했다. 간접체벌에 찬성하는 학생들은 '교사가 교실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건대부고 2학년 유남규(17)군은 "교사 성희롱이나, 폭행은 체벌 전면금지가 실시되기 전에, 이미 발생해온 일들 아니었냐"고 반문했다. 남규군은 "꾸준히 문제가 돼 왔던 교실붕괴가 마치 체벌금지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볼 수는 없다"며 "때로는 교사가 오직 체벌로만 학생을 통제하려는 모습이 더 무능력하게 비치고, 존경하는 마음을 잃게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직접ㆍ간접체벌은 서로 다른가
체벌의 정의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의견은 갈렸다. 서울 D중학교 이모(13)군은 "때리는 것과 때리지 않는 체벌은 다르다"며 "직접 매로 때리면 때리는 사람이 감정적으로 변할 수 있지만 교실 뒤로 내보내거나 운동장 돌기를 시키면 그런 걱정은 없을 것 같아 간접체벌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곽건호(14)군은 "흡연과 간접흡연이 똑같이 해롭듯 결국 직접과 간접체벌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학생을 때려서 아프게 하는 것과 학생이 스스로를 아프게 만들도록 강요하는 것은 결국 똑같은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호군은 "신체에 고통을 주는 매와 간접체벌을 나누는 기준 자체가 이상한 것 같다"고 말해 간접체벌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간접체벌 허용, 효과 있을까
간접체벌이 실효성을 발휘할지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 태우군은 "수업 중 소란을 피우는 학생을 뒤로 내보낸다거나 밖에서 벌을 주면 학생들은 책임을 느낄 것이고 그 순간 행동을 막을 수 있어 교실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연양도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학생들은 밖으로 내보내 벌을 준다면 다른 학생들이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규군은 "만약 팔굽혀펴기를 시킨다면, 학생들이 순간적인 복종은 할지 몰라도 정말 말을 안 듣는 학생이 그게 아파서 행동자체를 바꾸지는 않을 것 같다"며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도 체벌은 고문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다른 방법을 찾지 않고 왜 교과부가 간접체벌을 허용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초중고생 9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잘못한 학생에게 간접적인 교육벌을 줄 수 있게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찬성한다는 응답이 52.8%, 반대한다는 학생이 33%, 잘 모르겠다는 답이 14.2%로 나타났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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