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간한 초조본 1차분 100권 봉정식 등 기념사업 준비 한창
경남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만들어진 초조대장경은 잘 모른다. 올해가 고려가 초조대장경 조성을 시작한 지 꼭 1000년이 되는 해라는 것도.
초조대장경은 고려 현종 2년(1011)년 조성을 시작해 현종 20년(1029년) 완성됐다. 몽골의 침입을 불력으로 물리치고 국민 통합을 이루려는 염원에서 이뤄진 국가 프로젝트다. 초조대장경으로 시작한 고려의 대장경 사업은 초조대장경을 보완하고 교정한 대각국사 의천의 '교장', 초조대장경이 몽골 침입기에 불타 없어진 뒤 다시 만든 '재조대장경'(이것이 바로 해인사 팔만대장경이다)의 완성(1251년)까지 무려 240년이 걸렸다.
대장경은 부처님의 모든 말씀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것을 가리킨다. 경장(부처님이 설하신 근본교리), 율장(불제자들이 지켜야 할 윤리와 규범), 논장(경과 율에 대한 스님과 학자들의 설명)의 삼장으로 돼 있다. 대장경은 단순히 불교 문헌 집성이 아니라 당대 지혜와 기술의 총화다. 중국은 새 왕조가 들어설 때마다 대장경을 만들었다. 고려대장경은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조성된 것으로, 아시아 전역의 관련 문헌을 한데 모으고 정리했다. 당대의 하이테크 뉴미디어인 목판인쇄술의 정수이자 종이의 질과 편집 수준 또한 단연 으뜸이다. 일본은 목판 대장경을 못 만들어서 17세기에 고려대장경 판을 복각했다.
초조대장경 1000년의 해를 맞아 기념 사업 준비가 한창이다. 고려대장경연구소와 대구시가 앞장서고 있다. 1993년 문을 연 이래 고려대장경 전산화에 매달려온 고려대장경연구소는 2000년 재조대장경, 2009년 초조대장경 DB화 작업을 마친 데 이어 2010년 초조대장경 복간에 착수, 1차분 100권을 3부씩 제작했다. 고려종이에 찍었다. 권은 두루마리를 세는 단위다. 고려대장경은 두루마리 형태로 만들어졌고, 권당 평균 25장의 목판을 이어 붙였다. 고려대장경의 총 권수는 5000~6000권. 이 가운데 일본과 국내에 남아있는 인본(印本) 2,686권을 2014년까지 5년에 걸쳐 전부 복간할 계획이다.
1차로 복간한 고려대장경 100권을 봉정하는 법회가 3월 19일 대구의 동화사에서 열린다. 동화사는 초조대장경이 보관됐던 부인사의 본사다. 대구시가 고려대장경 1000년 기념사업에 나선 연유가 여기에 있다. 동화사의 복간본 봉정식 외에 고려대장경 천년 기념 국제 학술대회(6월), 복간본 전시회(8~9월)가 대구에서 열린다. 서울에서도 5~10월 호림박물관, 10~11월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기념 전시회를 한다. 초조대장경의 탄생 과정을 다룬 2부작 다큐멘터리는 5월경 TV로 방영될 예정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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