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에선 날씨가 곧 '영업상무'다. 날씨가 도와주면 장사가 잘 되고 안 도와주면 죽을 써야 한다.
어느 핸가 너무 따뜻한 겨울이 왔을 때 스키장들은 곤혹스러웠다. 눈은 내리지 않았고, 만든 눈은 금세 녹아버렸다. 게다가 이따금 비까지 내려 슬로프를 질척이는 슬러지로 만들기 일쑤였다. 스키장들은 추위와 눈이 가득한 겨울다운 겨울이 오기를 고대했다.
그리고 올해, 원하던 추위와 눈은 왔지만 스키장 표정이 밝지 않다. 한파가 지나치면 사람들이 꿈쩍할 생각을 안 하고, 눈이 너무 오면 길이 막혀 또 스키장 손님이 뜸해진다. 이번 겨울은 추워도 너무 춥고, 눈이 와도 너무 왔다.
스키 시즌도 중반을 넘고 있다. 설 연휴를 지나면 곧 개학이고 스키장 이용객도 금세 줄어들 것이다. 전국의 스키장에게 물어본 결과 지금까지 스키장 내방객은 지난 시즌 대비 평균 4~5% 가량 떨어졌다. 일부 스키장은 20%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매서운 한파에 구제역 조류독감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스키장에겐 최고 피크인 크리스마스와 12월 31일에 유독 더 추웠던 날씨도 스키장의 시름을 한층 깊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냥 맥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스키장들은 이제부터라며 역전 마케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스키장들은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거대한 시설 경쟁보다는 좀 더 편하고 실속 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걸었다. 첫 번째가 리프트권 혁신이다.
오전권, 오후권, 주간권, 야간권, 심야권 등으로 굳어있던 리프트권이 고객의 수요에 맞는 새로운 권종으로 변신을 시작했다. 곤지암의 4시간, 6시간권인 '타임패스'를 시발로 GS엘리시안의 2시간, 4시간권의 '플렉서블권', 비발디파크의 뉴오전권, 뉴주간권 등이 등장했고, 휘닉스파크는 심야에 주로 이용하는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심백(심야백야)시즌권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들 신종 리프트권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곤지암의 타임패스는 전체 리프트권 매출의 15%까지 치고 올랐다. 스키어가 몰리는 시간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거두었다. GS엘리시안도 플렉시블권중에서 2시간권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1,2시간 강습 받고 2시간 정도 슬로프를 지치는 초보자들이 특히 반겼다고 한다.
용평은 국내 최초 스키장이란 명예를 걸고 '설질 만족 프로젝트'를 내걸었다. 2월 13일까지 고객이 설질에 만족 못하면 리프트권 구입 가격 전액을 보상하겠다는 것이었다. 계속된 한파와 적당한 내려준 눈 덕에 19일 현재 단 한 건의 보상 사례도 없었다.
다가올 설 연휴가 스키장으로선 마지막 경쟁을 펼칠 대목이다.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긴 연휴다. 예전 설 연휴때 스키장이 보유한 객실은 통상 90% 예약이 됐다면 올해엔 100%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다. 비발디파크는 설 연휴 토끼정원 전시회, 토끼띠 손님 특별 할인,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무주도 이번 시즌 스키어는 줄었지만 덕유산 눈꽃을 보러 오는 산행객이 많아 곤돌라 손님은 오히려 더 늘었다. 무주는 새벽 스노모빌을 타고 슬로프를 거슬러 올라 덕유산 정상에서 일출을 맞을 수 있는 해돋이 모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리조트 측은 "눈꽃을 배경으로 일출 사진을 찍으려는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곤지암은 주차장과 스키하우스를 잇는 열차를 들여왔다. 테마파크에서 보던 이동열차가 스키장에 등장한 것이다. 주차장에서 스키하우스까지 무거운 스키 장비를 들고 움직이던 불편함을 줄이고 눈길에서의 미끄럼 사고도 방지하겠다는 계산. 기관차 포함 총 3량으로 한번에 70명까지 태울 수 있다. 고객이 몰리는 금~일요일에 무료로 운영한다.
현대성우는 24일부터 폐장일까지 이용할 수 있는 이코노미 시즌권을 내놓았다. 대인 22만원, 여성과 중ㆍ고ㆍ대학생은 추가 할인돼 19만원, 소인 17만원이다. 장비 렌탈까지 포함된 이코노미 플러스 시즌권은 25만원으로 여성과 학생은 3만원 추가 할인된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