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설 준비는 보통 섣달 23일부터 시작한다. 섣달 24일부터 그믐까지 부엌신인 조왕신이 1년 동안 인간들이 저지른 일을 옥황상제에게 고해바친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왕신이 하늘로 올라가기 하루 전날인 23일에 조왕신에게 제사를 드리는데 이때의 공양품은 달고 끈적거리는 엿이나 조청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옥황상제에게 달콤하게 말 좀 잘 해달라는 의미다. 그래서 이때부터 엿과 조청을 고면서 자연스럽게 설 음식을 하나 둘 준비하게 된다. 이렇게 만든 음식이 섣달 그믐밤에는 모두 장만되어 온 가족이 둥근 식탁에 모여 앉아 정담을 나누면서 웃고 떠들며 먹는데 이날 먹는 저녁 만찬을 녠예판(年夜飯)이라고 한다.
녠예판의 종류는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꿔(火鍋)'와 생선요리다. 훠꿔처럼 모든 것이 펄펄 끓어오르듯이 흥성하고 번성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생선요리를 먹는 것은 물고기 어(魚)와 여유로울 여(餘)자의 중국어 발음은 모두 위(yu)로 읽는데 한 해가 상서롭고 넉넉하라는 상징이다. 요리 자체에 "해마다 여유가 있어라(年年有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때 사용하는 생선은 주로 조기를 쓴다. 조기에 칼집을 내어 튀긴 후에 그 위에 케첩과 설탕, 식초 등에 마늘, 파, 녹말가루를 넣어 만든 걸쭉한 소스를 뿌려낸다.
또한 새우나 생선 튀김도 집안이 흥성해지라는 열화팽유(烈火烹油:타는 불에 기름을 붓다)의 의미로 축원하는 뜻이 있다. 가장 많이 장만하는 것은 사탕이나 초콜릿 등 달콤한 간식류인데 이는 1년 내내 하루 하루가 달콤하라는 뜻이다.
이외에도 녠예판의 종류는 너무도 많다. 북방사람들은 만두를 주로 먹고 남방에서는 훈툰을 먹는 습관이 있다. 중국 전설에서 반고가 하늘을 열고 땅을 열기 전의 상태를 혼돈(混沌)이라고 하는데 이 발음이 훈툰(餛飩)의 발음과 같아서 처음을 연다는 의미로 섣달 그믐밤에 훈툰을 먹는다.
또 지방에 따라 다르지만 덕담을 나타내는 음식들이 있다. 설날에 대추를 먹는 것은 대추 조(棗)자와 봄이 일찍 온다는 이를 조(早)와 같기 때문이며, 감을 먹는 것은 감 시(柿)자와 일 사(事)자의 발음이 같아,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라는 '스스루이(事事如意)의 의미를 담았다. 땅콩을 먹는 것은 땅콩의 한자가 장생과(長生果)이므로 불로장생하라는 의미다.
음식마다 의미를 부여하며 한 해를 돌아보고 또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면서 온 가족과 함께 송구영신하는 것 자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큰 기쁨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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