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욱, 손재홍, 조승목 등 주전들의 집단 부상으로 최하위까지 떨어진 삼성화재. 힘겨운 여건 속에서도 삼성화재가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있다. '괴물' 가빈이 자신의 별명처럼 코트를 지배하는 날이다.
20일 NH농협 2010~11시즌 V리그 3라운드 삼성화재-대한항공전을 앞둔 대전 충무체육관.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은 경기 전망을 묻는 질문에 "가빈이 실수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머리까지 짧게 자르고 나온 가빈은 이번 시즌 최고의 컨디션을 뽐냈다.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면서 세 세트 동안 무려 39점을 쓸어담았다.
삼성화재가 가빈의 '원맨쇼'에 힘입어 대한항공을 3-0(25-21 25-23 25-20)으로 완파하고 이번 시즌 대한항공전 2패 끝에 첫 승을 올렸다. 시즌 5승10패를 기록한 삼성화재는 6위 상무신협(5승9패)을 0.5게임차로 추격하며 최하위 탈출을 눈 앞에 뒀다.
반면 대한항공은 최근 4경기에서 1승3패를 당하며 11승4패를 기록, 이날 우리캐피탈을 3-1(25-20 25-21 18-25 25-17)로 제압한 2위 현대캐피탈(10승5패)에 1게임차로 쫓기게 됐다.
가빈은 경기 초반부터 대한항공 용병 에반(17점)을 압도했다. 가빈은 1세트 23-20에서 백어택과 오픈 공격으로 세트를 마무리했다. 1세트 13점을 뽑아낸 가빈은 2세트에서도 14점을 추가하며 대한항공의 높은 블로킹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가빈은 "(웃으면서)머리를 자르기 싫었지만 팀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짧게 잘랐다. 우리 팀은 기복이 심한 점만 고치면 어느 팀과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승장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선수들이 3라운드에서 1위와 2위를 잡으면서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가빈이 더 이상 좋은 경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다. 오늘 승리로 4강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패장 신영철 감독은 "할 말이 없다. 가빈이 오늘처럼 공격을 한다면 이길 수가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전=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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