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19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지향했다. 그간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대치 전선을 형성했던 미국과 중국이 '대화' 라는 합의점을 찾아낸 것이다.
무엇보다 양국이 공동성명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과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 대화가 필수적 조치' 등을 언급한 것을 볼 때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정세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남북이 나서서 대화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를 만들라는 미중의 일치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20일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하기로 한 것은 미중의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에 따라 남북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미국과 중국의 물밑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전직 관료나 학계 인사들이 평양을 방문하거나 중국이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둘러싸고 우리 정부와 북한의 입장 차가 커서 간극을 줄이기가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은 무조건적인 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 '진정성'이 담긴 남북대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을 주문하고 있다.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응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중국은 원론적 수준에서 UEP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향후 태도 역시 주목할 만한 변수다. 북한은 이번에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안한 것처럼 강온 양면 전략에 따라 대화 공세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군사회담을 통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도발 문제를 놓고 우리 정부와 줄다리기를 할 개연성이 있다. 북한이 연평도 사건 등에 대해 유감이나 사과의 뜻을 표명할 경우에는 남북 대화가 진전될 수 있다. 하지만 남북 양측이 이 문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에는 북한이 남북 당국간 회담 무산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며 이를 명분으로 무력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한반도 정세는 이번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중국이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내주 중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등 고위급 인사를 한국으로 보내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향후 양국의 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중국도 비슷한 형식으로 북한과의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프로세스를 거쳐 남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남북은 당국간 회담을 통해 남북 경협과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을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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